오늘(11일) 오전을 기해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과 경북대병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 같은 날 부분파업 시작을 예고했던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 노조는 파업을 잠정 유보했다.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동파업 돌입으로 그 산하 건보노조와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경북대병원분회가 오전 출정식을 시작으로 총파업을 시작한다.
입금협약과 단체협약을 동시에 진행해오던 건보노조는 지난 연휴 중 노사 간 밤샘 협상으로 단체협약과 관련해 일부 의견이 접근, 부분 및 순환 파업을 잠정 유보키로 지난 10일 결정했다.
건보노조 관계자는 “다만 직무성과급제 등과 관련해 집중 교섭 기간내 타결되지 않거나 임금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은 있다”고 잠정 유보 취지를 설명했다.
문제는 병원계다.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은 10일 밤까지 노사 간 줄다리기를 이어가다 막판 협상마저 결렬, 인력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파업은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양동헌 경북대병원장 등 두 신임 국립대병원장이 취임한 첫해 진행되는 것으로, 노조가 무기한 파업 가능성도 내비친 만큼 각 병원들은 진료 차질 최소화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응급실·신생아실 등 필수유지 부서에는 공백이 없을 것이며, 공백이 발생하는 곳에는 대체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무기한 파업도 대비해 조정 및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도 “대체인력 투입 준비를 마쳤다. 파업 장기화에도 대비해 계획을 상황에 맞게 세워 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10여차례 본교섭·실무교섭·조정회의 결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1일 오전 각각 서울대병원(10시), 경북대병원(9시 30분)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본부는 올해 7월 26일부터 교섭을 시작해 이달 10일까지 노사간 10차례의 본교섭, 9차례의 실무교섭, 조정회의까지 거쳤지만 의견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본부는 최근 3개월의 시범사업을 마치고 제도화 절차를 밟고 있는 비대면진료, 10월 국회를 통과한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을 비롯해 인력 처우 개선·충원과 관련해 개선을 요구 중이다.
▲보건의료인력기준 마련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수 1:3(통합병동) 1:6(일반병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전면 확대 ▲공공병상 확충, 병상 총량제로 의료불균형 해소 ▲필수의료분야 의사 수 확충 ▲비대면진료 중단 ▲실손보험청구간소화 중단 ▲돌봄노동자 필수인력 충원 및 월급제 시행 ▲공공기관혁신가이드라인 폐기 및 직무성과급제 도입 저지 ▲간병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등이다.
그간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인 탓에 기획재정부의 총정원제와 총액임금제에 묶여 인력 충원 및 임금 인상 어려움 등으로 신음해왔고, 지난 3년 간 코로나19 유행으로 인력 유출 타격까지 입었다.
노조 “만성 인력 부족으로 인력 이탈 악순환, 의료인력 기준 마련”
본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응급환자이송은 인력 부족으로 주6일 근무 및 연장근무가 일상이며, 보라매병원은 한 병동 내 사직자가 많아 매달 복직자와 신규인력이 투입되지만 투입 인원 그대로 사직해 한달에 야간근무를 10회씩 하기도 한다.
경북대병원은 병동 및 외래환자 검사 증가로 6동 개소 전 대비 업무량이 42.18% 증가하고, 응급실 확장이전으로 환자 수가 지난해 2000명대에서 올해 4000명대로 늘어났다. 또 간호사가 의사의 아이디·비밀번호를 이용한 대리처방도 비일비재하다는 전언이다.
특히 간호인력과 관련해 본부는 “국립대병원 간호사 증원 승인율은 낮아지는 추세로, 올해 7월 기준 증원 승인율은 39.5%다”며 “기재부의 인력과 인건비 통제 조치를 보면, 정부가 의료현장 업무 경감을 위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이에 더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및 국립대병원 공공기관 해제 검토 착수와 이에 대한 사측 대응이 이번 파업의 불씨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병원장들이 속해 있는 국립대병원협회가 최근 교육부에 “극심한 노사갈등 등 특수상황을 감안해 총액인건비에서 의사직 등 일부 직역만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며 노조가 강하게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노조는 “의사 임금만 총액인건비에서 쏙 빼겠다는 몰염치에 국립대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인 우리가 다 부끄럽다. 당장 의견을 정정하고 철회하라”고 분노감을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