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택진료 전수조사 후 이뤄진 환수 처분으로 의료계가 단단히 뿔이 났다. 코로나 대유행 당시 재택치료를 실시하며 해당 진료에 대해 절대 환수조치를 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진료비 전수조사를 실시, 급여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환수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코로나 재택치료 대상으로 분류된 환자를 비대면 진료한 병원들에 환자 한 명당 하루 8만원의 환자 관리료를 지급했다.
지침에 따르면 병·의원들은 관할 보건소가 지정해 준 환자에게 하루에 2번씩 전화한 뒤, 코로나 진료 지원 시스템 홈페이지에 환자 상태를 입력했다. 그런데 일부 병·의원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에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코로나 진료비 부당 청구 의료 기관'을 솎아내기 위해 의료기관 8400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건과 관련, ‘자율 시정’을 거친 병원만 900곳에 달하며, 민원이 접수된 일부 의료기관은 지난해 현장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은 이 같은 정부의 재택치료 전수조사에 대해 격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복지부는 재택치료 실시와 관련해 환수처분 등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당시에는 환수처분 등 미실시 약속했던 정부가 입장 바꿔 뒤통수 쳤다 분노감"
하지만 올해 돌연 코로나 재택치료 전수조사를 통해 환수처분까지 시작하면서 일선 병·의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노하고 있다.
특히 조사 대상 의료기관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내과 병·의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소재 某내과의원 원장은 "코로나 재택진료 진료비 전수조사가 1차, 2차로 나눠 총 8400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들었다"며 "이중 30%가 내과, 나머지는 타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택진료비가 8만원인데 1000건을 진행했다면 8000만원이다. 헌데 환수조치 시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정부가 코로나 시기 재택진료와 관련해선 절대 환수 처분 등을 내리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국정감사 기간을 앞두고 전수조사는 물론 환수조치까지 발빠르게 시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가정의학과의원 원장 역시 "팬데믹 위기 속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의료기관들에 대한 이번 조치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일갈했다.
그는 "일부 부정 사례를 갖고 이례적으로 의료기관 전수조사를 하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환수까지 시작해 개원가에 공포감이 퍼졌다"면서 "앞으로 정부가 하는 어떤 약속도 믿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