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당뇨약 급여기준에 목소리 높인 의사들
'허가사항 아닌 진료지침이 기준 돼야' 주장···政 '건의하면 개선 논의'
2018.04.21 06:23 댓글쓰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약제 허가기준이 아닌 진료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보험 급여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학회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적극 수용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내분비학회는 20일 국제춘계학술대회(SICEM 2018)에서 열린 '내분비질환 약제 급여 이슈' 토론회에서 현재 당뇨병 치료제 급여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책을 요구했다. 

오승준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약제 보험기준의 난제는 모든 약제를 계열별로 사용해야 한다는 일반원칙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같은 계열이라도 식약처 허가사항이 약제에 따라 상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식약처의 허가사항을 바탕으로 보험급여기준이 결정되기에 허가사항을 초과하면 기준을 넘어서 사용했다고 본다"며 "그런데 신약을 기존의 급여기준에 적용하면 대부분 허가범위를 초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특히 당뇨병 약물치료는 단독요법은 물론 다양한 조합의 병용요법이 이뤄지는데, 급여기준에 따르면 허가범위 초과로 많은 경우 삭감 또는 환수 조치의 대상이 된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DPP-4억제제의 경쟁약물로 관심이 높은 SGLT-2 억제제는 약제별로 급여기준이 다른 대표적인 사례. 처방 기준이 복잡하고 급여인정 기준이 까다로워 의료진의 불만이 상당하다.

SGLT-2 억제제 계열의 약물은 다파글리플로진(포시가), 이프라글리플로진(슈글렛), 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 등 3가지다. 동일 계열이지만 병용요법 급여인정 기준이 제각각이다.

다파글로플로진은 현재 인슐린과 2제 요법, 인슐린 및 메트포르민과 3제 요법 시 보험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프라글리플로진은 단독, 메트포르민과의 2제 요법, TZD 계열 당뇨병 치료제와 병용 시 급여가 인정된다.

반면, 엠파글리플로진은 메트포르민과 인슐과 각각 병용이 가능한 2제요법, 메트로프민과 설포닐우레와 3제 요법이 가능하다.

문성수 동국대병원 교수는 "당뇨환자를 많이 보는데, SGL-2억제제 계열 약제를 처방할 때 급여기준이 달라 어려움을 느낀다"며 "당뇨와 고혈압약을 같이 쓰는 것도 아닌 데 같은 당뇨약 내에서 왜 이렇게 복잡하게 따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급여 기준 너무 복잡해 의사는 환자 상태보다 여기에 맞는 방어진료 많아져"

문 교수는 "게다가 임상 근거가 있는 콤비네이션(병용)만 선별적으로 급여를 적용해주니, 의사가 환자 상태를 고려한 적극적인 치료보다 급여기준에 맞춘 방어진료를 하게 된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식약처 허가기준이 아니라 당뇨 진료지침을 약제 급여 기준으로 삼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적 근거가 충분해도 경제성 평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고가 약제는 보험급여 기준 조기 적용이 어렵다는 점도 또 다른 난제로 꼽혔다.

오승준 교수는 "GLP-1 주사제는 출시된지 10년이 넘은 약이지만 주사제라는 한계와 보험급여 기준 제한 사항 때문에 설폰요소제와 메트포르민의 2제 병합요법에 3제로 추가한다"며 "약효가 좋아 초기 사용이 권장되지만 돈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학회의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면서, 급여기준 개선이 필요한 약제들에 대해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약제급여 기준 논의 시 안건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급여 기준에 관한 결정은 복지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의료계 및 여러 전문가들이 모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뇨약이든 어떤 약에 대한 급여기준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학회 차원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숙현 심평원 과장도 "저희가 의료진만큼 병이나 약을 아는 게 아니기에 민원을 제기하면 그때부터 문제로 인식한다"며 "진료지침과 급여기준이 괴리가 있다면 변경요청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장은 "문재인 케어의 목표가 보장성 강화인 만큼 큰 틀 안에서 약제 급여 기준이 개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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