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국회의원 한 명 없는데 여기서 뭐하고 있나”
‘외과계 몰락, 돌파구 마련’ 토론회서 한탄…'외과·흉부외과 통합 절실'
2018.04.25 05:53 댓글쓰기

심장수술, 분만수술, 암수술 등으로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이 선택의 여지없이 한 병원으로 몰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곳이 우리나라다.


대한외과학회를 비롯해 산부인과학회, 흉부외과학회, 비뇨기과학회, 신경외과학회 등 그야말로 국내 주요 학회 이사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흔치 않은 광경에도 대한민국 외과계 탈출구는 선명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외과학회 특임이사이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는 24일 국회에서 개최된 ‘외과계 몰락, 돌파구 없나’ 토론회에서 비어 있는 국회의원들 자리를 바라보며 울분을 토해냈다.


"멈춰서 바꿀 수 있다면 그러겠지만 진료현장서 어떻게 의사가 멈출 수 있나"

이국종 교수는 “전날 당직을 서면서 국회의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발표자료를 준비해 왔다. 그런데 각 학회가 호소하는 이 자리에 과연 몇 명이나 자리를 지키고 있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하물며 국회 전문위원, 보좌관도 거의 없다. 의사들이 왜 국회에 와서 이러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럴 줄 알았다면 우리끼리 모여 논의를 했으면 될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주최자인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심상정 의원(정의당), 윤소하 의원(정의당),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참석했지만 인사말에 이어 발제 이후 자리를 떠났다. 
 

이국종 교수는 “적어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라면 생명의 최전방에서 현장을 지키고 있는 6개 학회를 대표해 나온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다”고 섭섭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어 “중증외상센터의 난맥상을 비롯해 대한민국 외과가 엉망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과연 중증외상환자 생존율 향상을 진심으로 원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른 노동조합처럼 멈춰서 바꿀 수만 있다면 바꾸겠지만 의사가 어떻게 진료현장에서 멈출 수 있냐”며 “태움 문화, 진료실 내 폭행을 악습이라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시스템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게 바라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때문에 외과계 학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 치료를 담당할 외과의사들이 진료실에만 있을 게 아니라 이제는 국회에 계속해서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응급상황에서 이뤄지는 치료를 비롯해 외과와 흉부외과가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교수는 “전 세계 어디에도 외과와 흉부외과가 따로 트레이닝을 받지 않는다”며 “이대로 외과, 흉부외과 여기에 외과학회와 흉부외과학회가 나뉘어져 있으면 공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회 통합을 통해 정부와 카운터 파트너로서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진료과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이들 앞에서 아무리 외과 발전을 얘기해봐야 반향은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과잉, 부당진료 개선하려면 정부가 수술 분야 파이 키워야"


이국종 교수를 비롯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외과계 학회의 울부짖음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흉부외과학회 신재승 기획홍보이사(고대안산병원)는 "현재도 심각한 위기 상황이지만 10년 후 심장수술을 맡을 의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심장수술을 해야 할 흉부외과 전문의는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진료과 특성상 응급이 많고 수련기간도 길어 제대로 수술하려면 45세 이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떠한 미래가 그려질지 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정부가 원가보전율을 수술은 90%, 처치 90%, 기능 90% 수준까지 상향시키겠다고 공언한 부분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조만간 수술 파트 1조7000억원에서 3000억원을 증액, 2조원 가량으로 예산을 책정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신재승 이사는 “하지만 수술에 보상하는 1조7000억원 자체가 너무 적다”며 “과잉, 부당진료를 부추기는 구조가 구축되지 않으려면 수술에 들어가는 정책적 파이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초음파학회 김문영 회장(제일병원)은 "분만 병의원 감소는 앞으로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2004년 대비 1/2 미만으로 감소했고 ‘폐업’이 ‘개업’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문영 회장은 “종합병원과 의원급 분만실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며 “분만 산부인과 없는 지역의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01년 21곳에서 2012년 55곳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분만을 포기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지난 2012년 대한산부인과학회 '산부인과 전문의 분만 관련 근무환경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3%가 전문의 취득 후 분만을 하다가 그만뒀고 처음부터 분만을 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도 5%나 됐다.


그 이유로는 ▲불가항력적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잦은 의료분쟁 ▲응급상황에 따른 삶의 질 저하 ▲낮은 분만 수가 ▲사회적 존중 결여를 꼽았다.


“중증 응급질환과 중환자 치료에 확실한 가산수가 책정해야”

왜곡된 수가체계 및 정책으로 10년 내 주요 암종 및 각종 수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외국 외과의사를 수입하거나 수술을 받으러 외국으로 나가야할 수 있다는 발언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외과학회 김형호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는 “외과의사가 수행하는 수술은 원가의 76%만 보전 받는다”며 “수술을 하거나 환자를 보고 처치를 하는 것에 비해 검사는 어떠한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초음파, CT 등 고가 검사를 해야 그나마 원가를 보전 받을 수 있다”며 “복지부 주장대로 외과 원가보전율이 90%라고 하더라도 나머지 10%는 어디서 보전할 것인가”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위험수당, 가산수가 등 적절한 대우를 비롯해 전공의에게 특별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 이사는 “전공의 미달 시 한 병원에서 수련자격을 갖춘 타 수련 병원에 정원을 양도가능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상처치 등에 대한 외상수가의 현실적인 인상 및 심평원의 무분별한 삭감 금지 대책도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호 이사는 “각 병원에서 정부 지원에 대한 자금으로 구입한 고가 의료장비(혈관촬영기, CT 등)가 외상환자 전용으로만 돼 비효율적인 장비 운영 및 그에 따른 인력비용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뇌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뇌압 감시장치가 실시간 이뤄지고 있다”며 “감시장치에 대한 실질적인 의료 수가가 매우 적게 책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반드시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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