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시행 100일 '정신건강복지법'
추가진단·강제입원 기준 등 조명, '사실상 제도 실패' 주장
2017.09.06 16:03 댓글쓰기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지 100일이 됐지만, 강제입원과 교차진단 제도의 문제점 등이 여전히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고 있어 의료계는 물론 국회, 법조계까지 나서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신건강 관련 21개 단체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정신건강정책 솔루션 포럼'(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주최)에 모여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 모색에 나섰다.
 

박성혁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학술이사는 추가 및 교차진단 제도에 대해 "정신건강복지법의 인권보호 취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사실상 제도의 실패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고 질타했다.
 

지난 5월 30일부터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법 제43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등)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기 위해선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2주 이상의 치료입원을 위해선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 전문의 두 명의 교차 진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신력을 가진 독립적인 심사기구가 필요하나, 현재는 공공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전체 260개의 지정진단의료기관 중 2/3 이상을 민간병원에서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두 번째 진단의가 부족할 경우 예외적으로 같은 병원 의사들끼리 자체 진단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인력난 등의 이유로 교차 진단보다는 자체 진단의 사례가 더 많은 실태다.
 

박성혁 학술이사는 이와 관련, "지정진단의료기관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는 매칭된 병원끼리 추가진단을 주고받는 구조여서 상호견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민간병원 사이에 발생할 대가성 청탁 및 담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환자의 인권은 또다시 유린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추가진단을 나올 병원을 진단받을 병원에서 지정 신청할 수 있어 도덕적 적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추가진단이 블라인드로 이뤄지지 않아 누가 주치의의 판단을 뒤집었는지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부족한 추가진단전문의의 대대적인 증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무조건적인 인력 확대가 아니라 선별교육 과정을 거쳐 전문성을 갖춘 인력 확보를 전제로 했다.
 

박성혁 학술이사는 "올해 6월 한달간 발생한 강제입원 심사건수 2만5,991건 중 자체진단은 1만5,276건(58.8%), 입원 연장심사 건수 2만438건 중 자체진단은 1만4,660건(71.7%)으로 집계됐다"라며 "동일병원의 자체진단은 전문의가 부족한 사정에 따라 예외적으로 조항에 둔 것인데 현재는 본말이 전도돼 예외로 처리해야 하는 건수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민간병원에서 동원된 추가진단전문의는 어떠한 선별교육 과정도 거치지 않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인력 확보 외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호의무자에 대한 입원 기준 강화에 대한 문제점 중에서는 보건복지부의 모호한 지침이 정신의료계에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복지부 불참 아쉬움

특히 복지부가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을 다룬 '자·타해 위험성' 기준을 완화하는 지침이 그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함으로써 '치료필요성'과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박성혁 학술이사는 "복지부 지침은 증상의 악화 또는 중독성 약물의 갈망·중독·금단으로 인한  건강의 악화, 위생불량, 자기관리능력의 저하 등까지도 자타해 위험성으로 간주한다"며 "애초에 인권보호를 외치며 비자의입원의 기준을 강화하더니, 슬그머니 그 기준을 다시 완화시키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도 "복지부의 완화된 지침은 치료의 필요성과 거의 같은 개념으로 보여져 치료의 필요성 요건과 별개로 자·타해 위험 요건을 둔 정신건강복지법을 형해화시킨다"며 "정신건강복지법시행규칙 34조 2항에 정면으로 위법한 지침에 해당하기에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행정부의 제도개선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만우 국회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은 "추가진단 문제는 행정부에서 제도 설계만 다시 하면 될 일"이라며 "입법개선사항은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이만우 팀장은 "정부에서 예산을 들일 생각이 없어서 그게 문제다. 행정부의 지침, 규칙 제대로 마련하고, 적정한 예산을 투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제3자 개입 형태로 2차진단 전문의는 2차진단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행정부인 복지부가 오늘 참석했으면 이러한 임상 현장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는데 오지 않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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