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비밀, 중환자실 '카테터연관 혈류감염'
김재열 교수 “손위생·드레싱 등 적절한 삽입술 통해 감염예방 최선 노력”
2017.07.25 06:06 댓글쓰기
이번 달 종료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환자실 적정성평가에 새로이 감염관련 번들(bundle) 수행여부가 포함되면서 감염관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중환자실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카테터연관 혈류감염(CRBSI)'이 국내에서는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테터연관 혈류감염이란 중심정맥·말초정맥·동맥 등에 쓰이는 혈관카테터가 환자에게 삽입되거나 연결부가 교체될 때 감염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중심정맥 카테터가 일으키는 혈류감염은 출혈과 부정맥, 심근 천공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큰 위험으로 꼽힌다.
 
문제는 중심정맥 CRBSI가 특히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모여 있는 중환자실에서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앙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김재열 교수[사진]는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CRBSI는 연간 25만 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51%가 중환자실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혈류감염은 내성균의 빈도가 높아 치료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의료비용 및 재원기간, 사망률을 높이는 골치 아픈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병상의 5%도 되지 않는 중환자실에서 51%에 달하는 감염이 발생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환자실 혈류감염 관리가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NIS)를 구축해 중환자실의 혈류감염 비율을 관찰하고 있지만 다른 감염에 비해 감소율이 낮은 실정이다.
 
KONIS의 환자 재원일수 1000일당 감염건수를 살펴보면 요로감염(UTI, Urinary tract infection)은 2010년 4.16건에서 점진적으로 감소해 2015년 0.79건에 그쳤지만, 혈류감염은 2010년 2.14건에서 2013년 1.47건, 2015년 1.23건으로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제공>


 
“인력·교육·장비 차원의 전방위적 예방활동 필요”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지난 5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중환자실 2차 적정성평가에서 의료진들이 감염 관련 체크리스트 번들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새로이 반영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감염 예방 조치들이 원만히 이뤄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재열 교수는 “혈류감염 예방책은 매우 다양하다. 전방위적 관리가 중요하다는 뜻”이라며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중환자실은 인력 보강이 부족해 한 명의 의료진이 여러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으로 손위생부터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심평원의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1인은 평균 45명의 환자를 보고 있었으며 근무조별 간호사 1인당 환자수는 5.96명이다. 영국에서 인공호흡기 적용환자 1명당 간호사 1명을 배치하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김 교수는 “손위생과 카테터 시술 시 수술과 똑같은 복장을 갖추는 등 혈류감염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에는 인력지원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담전문의가 논의된 것도 불과 1~2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적절한 근무인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혈류감염 예방의 일환으로 카테터를 시술한 부위에 부착하는 필름드레싱 가운데 클로르헥시딘(CHG)과 같은 소독제가 함유된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자동으로 소독제가 방출되는 드레싱을 부착함으로써 피부에 남아 있는 상재균을 줄여 감염률을 낮추는 방법이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드레싱보다 CHG를 포함한 드레싱을 사용하면 감염률을 최대 75%까지 줄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CHG 드레싱 사용을 가이드라인에서 권장하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내에는 한국 3M의 테가덤(TegadermTM) 한 종류만이 1년 반 전에 출시돼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만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기본 드레싱보다 10배 이상 가격이 높으며 비급여로 지정돼 있어 환자에게도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 심평원이 치료재료 재평가항목에 고려 대상으로 포함시켜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 교수는 “중환자실 혈류감염자는 대조군에 비해 건당 추가비용이 700만원에 육박한다”며 “의료진 보강과 손위생 모니터, 소독제 함유 카테터 및 드레싱 사용 등 인력·교육·장비 차원의 다각적 예방활동을 통해 감염률을 낮추려는 노력을 더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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