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진료비 본인부담 10%’ 과연 실현 가능한가
학계 '산정특례 수준 적용시 건보재정 급증 등 현실적 문제 초래' 지적
2017.06.13 05:47 댓글쓰기

새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자 하는 치매국가책임제에서 치매환자 본인부담상한제의 현실성 문제가 지적됐다.
 

치매국가책임제에서는 치매환자의 본인부담을 전체 진료비의 10% 수준으로 설정하는데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제1차 치매국가책임제 추진전략 포럼’에서 이 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희귀난치성환자에게 적용되는 산정특례를 치매환자에게 적용한다는 것인데, 치매인구가 희귀난치성질환자 수보다 훨씬 많다”며 “복지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시행 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제도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전문가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치매환자에게 산정특례 수준의 본인부담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천문학적인 재정이 소요된다는 구체적인 추산도 나왔다.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임현국 교수는 "치매환자당 1인당 연평균 진료비가 2000만원이 든다는 가정을 할 때 정부 계획대로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되면 국가 지원이 18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치매환자 72만명에 적용하면 12조9600억원, 치매환자가 270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2050년에는 48조6000억원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이러한 추계대로라면 치매환자에 산정특례 수준의 본인부담 상한제는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국가 재정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여 국내외 경제사정과 저성장 기조에서 대내외 변수가 작용할 경우 제도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6월 내로 치매국가책임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비할 계획인 만큼,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이재용 노인정책과장은 “본인부담상한제 재원 문제에 대해 우려의 입장이 있는 것을 안다. 여기에 장기요양 혜택을 받을 경우 간병비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세부 추진 사안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다시 정리해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치매지원센터 역할·형태·방향 등 종합적 설정 필요”

치매국가책임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치매지원센터(치매안심센터) 역할과 방향 설정이 제대로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치매국가책임제는 현재 47개소인 치매지원센터를 총 252개소로 확대해 운영·지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경기도립용인노인전문병원 윤종철 원장은 “치매지원센터가 확대된다고 할 때 과연 지역사회에서 치매지원센터가 할 역할이 무엇인지 사회적인 공감과 합의가 필요하다”며 “센터를 운영할 때 위탁을 할지 보건소에서 직접 운영할지 위탁을 하면 주체는 누가 될지 가이드라인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치매지원센터를 위탁한다고 해도 위탁을 하면 예산 배정의 문제가 있다. 예산이 얼마나 배정되느냐에 따라 종사자 지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전문성을 가지려면 직원이 경험을 쌓고 능력을 계발해야 하는데 이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부에서 치매지원센터를 대폭 확대하는 만큼, 이를 계기로 치매지원센터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정지향 교수는 “치매지원센터가 확대되면 인지증진 활동은 물론 운동 등을 시행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한데, 보건복지부에서 약물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운동, 영양, 인지치료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용인송담대 간호학과 성미라 교수도 “치매지원센터가 위탁 운영되면 실적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조기검진을 몇 명 했느냐가 센터에서 중시될 것”이라며 “보건소의 정책 방향이 바뀌면 센터의 방향도 바뀔 수밖에 없는데, 치매지원센터의 업무에 대해 제도적인 부분에서 센터와 함께 논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지원센터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치매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유인 요인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건우 교수는 “치매지원센터 200개를 늘리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까지도 늘리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치매전문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부족한 이유는 치매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 유인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 치매환자를 전문적으로 봐야 할 이유가 현재는 업어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이재용 노인정책과장은 “치매지원센터를 확대 설치하는데, 제도 시행을 위해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센터 설치가 가능한지 문의했다”며 “지자체 자체의 재원으로 설치하라고 하면 못한다. 그래서 국가가 80%를 지원하고, 지자체는 20%만 부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지자체가 치매지원센터 설치에 미온적이라면 이는 국민 다수의 기대와 여망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센터를 올해 내 확대 설치해 포괄적이고 맞춤형 서비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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