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의사, 멀고도 험한 남한면허
남·북 의학용어·의학기술 차이 커…“정부·학계 지원 체계화 필요”
2014.06.20 20:00 댓글쓰기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으로 근무하던 탈북 주민들이 남한에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한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이왕재 소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북한 이탈 의료인 한국사회 정착지원 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소장은 “북한 이탈 의료인의 공통적 특징은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했다는 자부심이 높지만, 외래어 등 남한 의료사회 진입 및 정착에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이탈 의료인이 남한에서 의료활동을 할 수 있는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학력인증 절차를 거쳐 국가시험 응시자격 인정심사, 의사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2012년 기준 북한 이탈 의료인 41명(의사 33명)이 면허를 신청했지만, 이 중 29명(의사 23명)만이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받았고 11명(의사 8명)이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료인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의사국가고시 합격률이 절반에 못 미치는 북한 출신 의사들은 남한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의학용어 및 의료기술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용어의 경우 한국이 주로 영어 중심인 반면 북한은 러시아어나 라틴어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북한 이탈 의사 중 한명은 평생 처음으로 영어를 새로 배우는데 어려움을 토로했다”며 “심지어 북한에서 의사로서 쌓은 경력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로 취업하는데도 도움이 안 된다며 하소연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의학용어뿐만 아니라 의료 인프라 차이에서 발생하는 장벽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장은 “환자를 보면 ‘어디가 아프겠구나’라고 예측할 수 있지만 정작 CT촬영에 나타난 증상은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북한이 취약한 진단 부분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원사업 있지만… 체계적 도움 필요해”

 

이 같은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정부 및 학계 차원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의사면허시험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정부는 2009년부터 국가고시 대비 필기 및 실습교육을 하는 ‘서울의료원 의사국가고시 준비지원 프로그램’을 지난해까지 운영했고, 통일부에서도 의사직업전환과정을 현재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지원 사업이 수강 대상자들의 합격률을 높이는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보다 장기적이고 제도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건강사회운동본부 이수구 이사장은 “짧은 기간의 재교육만으로는 너무나도 상이한 의료교육, 의료환경 등 현실의 높은 벽을 뛰어 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한 이탈 의사인 통일의학센터 최희란 연구원은 “의사면허시험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외에도 현재 필기시험과 실습시험으로 이뤄져있는 의사고시에 구술면접 시험 기준을 마련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 역시 “북한 이탈 의료인들이 한국에서도 의료인으로서 연속성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면허 취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한국 의료용어 교육 및 의료기관내 실습 및 수련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신 의원은 “무엇보다 이들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면허 취득 후 취업알선 등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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