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병리과를 모질게 휩쓸고 갔던 수가인하 폭풍. 급기야 전공의들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파업에 나섰을 때부터 이미 예견됐었다. 2011년, 병리과 1년차 레지던트는 이제 찾기 힘들어졌다.

2011년 레지던트 모집의 뚜껑이 열리면서 병리과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올 6월 '병리과 검사 수가 15.6%' 인하 결정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병리과에 기름을 부은 격이 돼 버렸다.

2일 데일리메디가 '내년도 레지던트 모집 현황'을 집계한 결과 단, 한명도 병리과에 지원하지 않은 병원이 곳곳에서 속출했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지만 마냥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어 병리과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현황을 살펴보면 가톨릭의료원의 경우 정원은 6명이었지만 지원자는 전무했다.

충격적인 것은 고대안암병원 0명(정원 2명), 고대안산병원 0명(정원 1명), 건국대병원 0명(정원 1명), 단국대병원 0명(정원 1명), 한림대강남성심병원 0명(정원 1명), 한림대성심병원 0명(정원 1명), 이대목동병원 0명(정원 2명), 한양대병원 0명(정원 2명), 아주대병원 0명(정원 1명), 일산백병원 0명(정원 1명), 상계백병원 0명(정원1명)으로 수도권에서도 맥을 추지 못했다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전체 레지던트 미충원율이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을 앞지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다. 지방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돼 전국적인 현상으로 번졌다.

건양대병원 0명(정원 1명), 경북대병원 0명(정원 3명), 경상대병원 0명(정원 1명), 영남대병원 0명(정원 2명), 동아대병원 0명(정원 1명), 전북대병원 0명(정원 2명), 조선대병원 0명(정원 1명), 순천향대병원 0명(정원 1명), 대전을지대병원 0명(정원 1명), 순천향대부천병원 0명(정원 1명), 고신대복음병원 0명(정원 1명) 등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연대세브란스병원도 5명 정원에 3명(0.60:1), 고대구로병원도 2명 정원에 1명(0.50:1)이 지원하는데 그쳐 '미달'이라는 꼬리표를 달게됐다.

그나마 삼성서울병원(4명 중 4명)과 서울아산병원(4명 중 4명), 서울대병원(7명 중 7명) 만이 가까스로 정원을 채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적으로도 '체면'을 세워준 기관이 된 셈이다.

이번 결과로 수가인하 후 병리과 전공의 파업 당시, 병리학회 서정욱 이사장의 "이번 15%의 수가 인하 조치로 앞으로 약 30% 정도의 전공의가 그만둘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던 전망은 그대로 현실화될 공산이 커졌다.

이러한 우려감을 여실히 반영한 것일까. 실제 2009년 한 해 동안 전체 병리과 전공의 213명 중 31명이 '중도하차' 했다.

서정욱 이사장은 "병리과를 전공하겠다는 의사가 없어지고 병리과 전문의가 부족하면 의과대학 교육과 병원 진단에 큰 차질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만큼 병리진단은 더 힘들어지고, 오진은 더 많아질 것이며 대한민국 병리검사는 더 믿을 수 없게될 것"이라면서 "병리과의 미래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