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스페셜리스트' 힘들지만 가야할 길
J&J 이은천 부장·박지선 대리 '구성원 전원, 자격 취득 기대'
2016.08.23 11:47 댓글쓰기

“의료진과 시계 톱니바퀴처럼 한 방향으로 맞물려 돌아가기 위해서다.” 회사 전 직원에게 ‘부정맥 스페셜리스트’ 자격 취득을 독려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바이오센스웹스터 사업부 이은천 부장이 던진 말이다.


이은천 부장[사진上, 왼쪽]은 국내 의료기기 업계에서 처음으로 미국심장부정맥학회(Heart Rhythm society, HRS)에서 부정맥 스페셜리스트로 공인받았다. 2009년 HRS가 주관하는 국제 인증 시험인 IBHRE(International Board of Heart Rhythm Exam)의 전기생리학검사 부분을 통과했다.


업계 최초의 부정맥 스페셜리스트가 된 이후 “일의 가치를 알게 됐고,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는 그는 직원들에게 시험 준비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부정맥 시술에 대한 지식을 갖고 의사들이 심장 3D 맵핑(Mapping) 기술을 보다 정확히 활용할 수 있게끔 보좌한다면 환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국내에서 의사, 간호사, 테크니션을 포함해 IBHRE 전기생리학검사 부분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40여 명이다. 이 중 바이오센스웹스터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부정맥 스페셜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 이은천 부장을 포함해 사업부 13명 전 직원 중 절반인 7명이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최근 배출된 7명의 올해 한국인 합격자 중 3명이 바이오센스웹스터 소속이기도 하다. 데일리메디는 이은천 부장(이하 이)과 올해 합격자를 대표해 박지선 대리(이하 박)[사진下, 왼쪽]를 만났다.

 

Q. IBHRE는 어떤 시험인가.


이 : 미국 HRS가 부정맥 분야에서 의사와 간호사, 관련 의료기기업계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인증시험이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자격시험이다. 우리나라에서 취직할 때 토익과 토플이 필수인 것처럼 미국에서 부정맥 분야에서 일하려면 IBHRE 시험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병원에서 일하는 데 문제없는 사람이라는 일종의 증표인 셈이다.


박 : 공부 범위가 넓어 어려운 시험이다. 약학, 응급학, 전기생리학, 해부학 등 일반적인 지식에서부터 심장질환, 부정맥 시술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알아야 통과할 수 있다. 준비 기간만 10개월이 걸린다. 합격률도 상당히 낮다. 응시료가 100만원이 넘고, 1년에 1회 정해진 나라에서 동시에 시험을 본다. 또 5년마다 자격을 갱신해야 한다.


Q. 까다로운 시험이라 일과 병행하면서 준비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박 : 회사에서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준 것이 도움이 됐다. 미국 간호사(RN) 출신인 나와 공학도인 이은천 부장을 비롯해 직원들 대부분이 의학적 기본지식이 있기는 하지만 부정맥 시술법이나 응급학 등 전문지식은 공부해야 한다. 시험 계획이 나오면 프로젝트팀을 구성한다. 응시자끼리 케이스를 연구하고, 주말에는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들어가며 배웠다. “이렇게 어려운 걸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공부를 하느냐”고 놀라워하며 격려하는 분들도 있었다. 공부하면서 시야가 확실히 넓어졌다.


Q. 국내에서도 IHBRE 시험 통과가 의무인가?
 
이 : 의무는 아니지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등 부정맥을 전문 치료 기관 소속 전문의, 간호사, 테크니션의 70% 가량은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10년 국내에 시험이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총 40여 명의 합격자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고경정 간호사와 이연수 테크니션이 의료기관 종사자 중에서는 최초로 자격증을 취득했다. 의료기기 회사 직원 중에서는 내가 처음이다. 
 


Q. 의료인이 아닌 업체 직원이 자격을 취득하는 이유는


이 : 의사의 보다 정밀한 시술을 도와 치료 효과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바이오센스웹스터 직원들은 심방세동 및 심실빈맥 등 부정맥 시술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의사 옆에서 보좌한다. 시술 전 미리 3D 장비를 세팅해 시술 환경을 조성하고, 3D 맵핑 기술로 심장의 이미지를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해서 부정맥의 원인 부위를 찾아 의사에게 보고한다. 절제 부위를 정확히 찾아 시술을 완료할 때까지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한다.


이때 업체 직원이 심장, 부정맥 시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까지 갖추고 있다면, 의사가 장비를 좀더 정확하게 사용하도록 가이딩 할 수 있다. 톱니바퀴 하나만 망가지도 시계는 작동을 멈춘다. 부정맥 시술은 의사, 간호사, 테크니션의 합이 중요한데, 전문성을 갖춘 외부 구성원이 옆에서 최적의 환경에서 시술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 최종 혜택은 환자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Q. 부정맥 전문가로 공인받은 후 무엇이 달라졌나
 
박 : 부장의 강력한 권유에 반 강제(?)적으로 시작했지만 자격증 취득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시야가 넓어졌다. 더 많이 아는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조직이 가야할 방향성을 잡아주고 성취 동기를 부여해 주는 리더 덕분인 것 같다.(웃음) 시험 합격자는 'Certified EP Specialist'라는 칭호가 적히는 명함이 나오는데 빨리 받아보고 싶다.

이 :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전에는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도 모르고 월급만 받아가는 느낌이었다. 심장기형 때문에 절개수술을 받은 7살짜리 아이가 있었는데, 치료를 받아도 절개 부위에 자꾸 부정맥이 재발했다. 3D 맵핑 장비로 원인 부위를 정확히 진단해 치료한 결과 생존해 있는 동안 재발 없이 편하게 지냈다. 그때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 받았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명함을 볼 때마다 업계 최초의 부정맥 전문가로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의사들도 신뢰한다. 자격증이 매개가 돼 가치의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Q. 직원 모두가 부정맥 전문가가 되는 일도 가능할까

이 :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 J&J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다. 환자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는 우리 직원들 뿐만 아니라 업계 모두가 전문가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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