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부동 수가 현실 속에서 인증제를 준비해야만 하는 정신병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증 준비에는 많은 인력과 같은 자원이 필요하지만 4년 간 움직이지 않고 있는 현 수가 상황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란 목소리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내년 의무 인증을 앞두고 25일 건국대병원 대강당에서 정신병원 설명회 및 공청회를 개최, 의견 수렴의 자리를 가졌다.[사진]
정신의료기관의 입장을 대변한 최봉영 이사는 “입원환자 중 의료급여환자가 70~80%다. 이들의 1인당 하루 정해진 수가는 3~4만원 선”이라면서 “지금도 힘든데 환자에게 갈 손길, 자원들이 인증 준비에 들어감으로써 치료ㆍ생활의 질이 혹시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현재 정신병원의 경우 의료인 등 인력 확보 수준에 따라 G1~G5 등 5개 등급으로 나눠 수가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결국 정신과 전문의들의 몸값은 덩달아 치솟게 됐으며 소규모에 수도권을 벗어날수록 이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구 지역 한 정신병원장은 “등급제를 만들 때 인증제 내용을 포함시켜 일원화하면 될 것을 왜 또 다른 제도를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환자한테 가야할 것들이 인건비로 쏠리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의 가장 큰 수혜자가 누구일지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인증평가를 위해 조사위원이 병원을 찾는다 해도 이들을 맞을 인력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수가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신의료기관협회 홍상표 사무총장은 “수가로 병원 경영을 하는데, 대부분 의사 인건비로 들어간다. 어느 병원에서는 타 직종 인력들이 퇴직하면 돈이 없어서 추가채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증조사를 위해서는 수가에 대한 접근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증을 위한 인증 식으로 통과를 하더라도 일시적 변화에 그치고 원상복귀 되지 않으려면 보다 전향적인 대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단장은 “인증제가 정착되고 그 기준들이 적용ㆍ유지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과 근무환경이 담보돼야 한다”면서 “현재 수준을 그저 맞추는 인증에서 벗어나려면 인력, 시설, 수가 등 미래지향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신병원이 오명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의료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기준개발에 참여한 강원대병원 박종익 교수는 “정신과 의료급여 환자 하루 입원비가 4만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여 인증까지 받으라는 것은 사실 조금 무리가 있다”면서도 “정신병원 이미지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