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서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생 134명이 학위를 반납할 상황에 놓였다. 칼을 빼든 곳은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이다.
교과부는 최근 학교법인 서남학원 서남대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의대 임상실습 교육과정의 문제를 발견했다.
학교 측이 실습과목 학점 취득에 필요한 최소 이수시간을 채우지 못한 학생들에게 학점을 준 것이다. 공짜학점을 받은 학생만 148명이다. 이중 134명이 의학사 학위를 받았다.
교과부는 학위 취소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되면 상당수 의사가 흰 가운을 벗어야 할지 모른다. 우리나라 의과대학 역사 이래 사상 초유의 사태다.
사태를 키운 것은 교과부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실 교육에 관한 우려가 끊이질 않았지만 조치가 이뤄지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그러던 사이 졸업생이 배출되고 상당수는 의사가 됐다. 서남의대는 2010년을 제외한 여러 해에 매년 90% 이상의 의사국시 합격률을 보였다.
교과부의 조치를 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감사에 들어갔고,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자 책임회피를 위한 강경책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행정 사각지대를 만들어 놓고선 모든 책임을 졸업생에게 떠넘겼다. 졸업생 못지않게 황당한 것은 134명에 속하는 의사에게 치료받은 환자들이다.
교과부 조치대로라면 무면허 진료를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의사 면허증을 준 보건복지부도 내심 불편하게 됐다. 의사 국가시험은 무늬만 시험이란 말이 나온다. 1~2명도 아니고 100여 명이란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여야 의원들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서남의대 사태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의 일환으로 2월에는 국회를 비롯 정부, 의료계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현재로선 정부가 합리적인 대안을 어떻게 찾을지가 관건이다. 그와 병행해서 교과부를 포함한 정부의 귀책사유도 면밀히 따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