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이 서남의대와 교육부 간 감사결과 취소 소송에서 서남대 손을 들어주면서 의료계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교육부 감사처분이 취소됨에 따라 학점취소 위기에 처했던 227명의 서남의대 졸업생 및 재학생들은 위기를 모면케 됐으며 서남의대 폐쇄 역시 미뤄지거나 어려워지게 됐다.
이번 판결은 서남대 의과대학 폐쇄를 결정짓는 법적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서남의대는 물론 재학생·졸업생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날 행정법원 정문 앞에는 서남대 소속 교수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등 교육부 처분에 대한 부당성을 호소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 반정우 재판장은 26일 열린 재판에서 "교육부가 서남학원에 명령한 감사결과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반정우 판사는 서남의대가 부속병원 직원 7명과 전임강사 임용계약을 체결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남대 측 위법임을 지적했다.
이번 소송에는 서남의대 졸업생들 및 재학생들 200여명이 보조 참가해 학점취소 위기에 처한 자신들의 불리한 상황에 대해 변호했다.
재판의 승패를 가른 쟁점은 ▲서남대 이홍하 설립자의 교비횡령 액수의 정확성 ▲서남의대 전임강사 허위계약 ▲교육부 감사처분에 따른 졸업·재학생 불이익 여부 ▲서남의대가 실시한 임상실습 인정 여부 등이다.
법원은 교육부가 감사처분의 근거로 내세운 이홍하 설립자의 교비횡령액이 정확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 교육부 감사처분대로 서남의대가 학생들에게 부여한 학위 및 학점을 취소할 경우 학위를 취소당하는 학생들이 입게 될 피해를 고려해 학점취소 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교육부가 지적하고 나섰던 서남의대의 부실 임상교육에 대해서도 법원은 "현행 법령에 임상실습에 대한 별도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꼭 환자 대면 임상실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임상교육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육부는 이홍하 설립자의 교비 횡령액에 관해 자체 조사를 하지 않고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330억원 전부를 서남대 교비로 세입하라고 명령했다"며 "그런데 이홍하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1심 법원은 275억여원의 횡령액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즉 교육부는 정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감사조치를 내렸다"고 환기시켰다.
"의대 졸업생 학위 취소 따른 피해 너무 크고 불이익 많아"
재판부는 "교육부는 서남의대가 학생들에게 교무규정에 위반되는 대체학점을 부여한 것을 지적해 11명의 졸업생들에게 학사 학위 취소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 졸업생들이 현재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퇴사하게 된다"며 "이는 결국 교육부 감사처분으로 인해 11명 학생들이 받게되는 불이익이 너무 커서 비례 원칙에 위배된다"고 못 박았다.
학생들이 다소 잘못된 방법으로 학점 및 학위를 취득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렇다고해서 학위를 취소하는 것은 너무 부당한 처사라는 것이다.
부실 임상실습에 대해 재판부는 "현행 법령에는 의대생 임상실습에 대한 규정이나 정의가 없고 교육부 역시 별도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실무상 임상실습이 반드시 환자와 대면해 이뤄질 필요는 없으므로 서남의대가 임상실습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즉, 부실 임상실습의 책임은 서남의대와 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부에게 있으므로 실습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책임을 전가해 불이익을 줘서는 안된다는 게 법원 입장이다.
다만 재판부는 "서남대학교는 소속 직원 13명과 부속병원 직원 7명을 전임강사로 허위임용한 것은 명백히 위법하고 병원 직원들은 강사 임용 후에도 병원 업무를 그대로 이행하고 강사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따라서 서남대가 7명에 대한 인건비를 교비로 지급한 것은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판결했다.
한편 재판부는 교육부 감사조치의 효력을 항소심 판결 선고때까지 정지시켜 자칫 서남대가 입을 피해와 손해를 방지하는 주문을 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서남대 모 교수는 "법원 판결에 대해 어느정도 만족스러운 상황이다. 서남대 측이 주장한 부분을 재판부가 많이 인정했다"며 "교육부는 서남의대 정상화에 힘써야 한다. 재학생 학부모들 역시 무작정 의대 폐과만을 외칠 것이 아니다. 재학생을은 어쨌든 서남의대에서 졸업장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