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끝자락, 의료계에 또 비보가 흘러 들었다. 대구·경북 지역 내과 의사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 충격을 안겨주며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들은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1일 경찰 및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1955년생인 A원장이 경북 경산시에서 내과병원을 운영해오던 중 본인의 병원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데일리메디가 경북 경산경찰서에 확인한 결과, 심각한 병원 경영난을 비관해 A원장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명백한 자살로 보여진다”면서 “발견 당시 프로포폴을 과다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체내 다른 마약 성분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1월 26일 발생했다. 아침 8시 20분경 출근을 한 이 병원 간호사가 회복실에 누워있는 원장을 발견한 것. 간호사는 피곤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A원장은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미동 조차하지 않자 결국 간호사가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A원장 오른쪽 발목에는 수액이 든 링거가 꽂혀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오른쪽 발목에 하트만 수액, 프로포폴, 마약류 진통제인 염산 페치딘이 섞여있는 링거가 꽂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탈의실에 있는 테이블에 유서가 올려져 있었는데 가족들에게 몇 년 전부터 목숨을 끊으려 했으며 이 같은 방법을 선택하게 돼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고민의 흔적이 역력해 보였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병원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A원장의 스트레스가 심했다는 유족들의 진술에 따라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 결론내리고 있다.
비보가 전해지자 의료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더욱이 최근 내과에 불미스러운 일이 겹치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개원내과의사회 백효종 회장은 “너무도 안타깝다. 내외적 환경으로 개원가에 칼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 전해진 소식이라 지역 의사들은 더욱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한 해 배출되는 의과대학생은 고정적이고 서로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살길을 찾기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 지역에서 개원을 하고 있는 한 원장도 “A원장은 대구 달서구에서 개원을 했다가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다시 이 곳으로 옮겨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병원을 옮기고 건물을 임대하는 과정에서 이자를 지불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내과가 다른 과에 비해 사정이 낫지 않냐고 하지만 실제 현장과의 괴리감은 크다”면서 “하루에 60명 이상 환자를 봐야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고 임대료도 그나마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A원장 자살을 단순한 사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개원의사들이 얼마나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치달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원표 전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은 “흉부외과, 산부인과의 위기와는 다소 다른 측면이 있다”면서 “정직하게 보험 급여 기준대로 진료를 보는 의사들이 갈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제2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회장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부러워하는 건강보험제도라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어떠한가. 무조건 의료기관을 쥐어짜내는 ‘박리다매식’ 저질 의료를 강요하는 현 상황에서 어쩌면 예견된 일이 아니었을까”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