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휴진, 환자 급감 등 메르스 타격으로 '아우성'치는 개원의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직격탄을 맞은 내과,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시름과 고통이 예상보다 심각하다.
서울 은평구에서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감기 환자는 거의 '실종'됐다고 봐야 한다"며 "그나마 고혈압, 폐렴 환자들이 드문드문 발길을 옮길 뿐"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A원장은 "확진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은 물론 의심 환자 경유 기관으로 명단에 올랐던 내과 지인은 한발자국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A원장에 따르면 이 병원의 경우, 의심 환자 경유 기관으로 공개된 이후 자진 폐쇄했다.
메르스 사태 발생 초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약 2주 이상 병원 문을 닫은 상태다.
그는 "2주간 병원 손실은 그렇다 치자. 정부가 2주간 손실분을 보상해준다고 해도 문제는 그 이후"라며 "동네병원의 경우, 이미지와 소문이 굉장히 중요한데 정상적으로 문을 연다고 해도 어떤 환자가 선뜻 찾겠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강동구 소재 B내과 원장은 "메디컬빌딩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암 환자가 방문했다는 소식이 알음알음 급속도로 퍼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며 불편함을 피력했다.
그는 "감기 환자가 주를 이루는 내과는 환자 수가 '반토막'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고혈압, 당뇨환자들 중에는 지속 관찰을 위해 방문해야 하는 시점인데도 병원 오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500원 가량 진찰료 받고 감기 환자 진료에 충실한 죄밖에 없지 않다. 그런데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동네병원 곳곳을 정부가 '친절하게' 속보로 공개해주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들이 가장 염려하고 있는 대목은 메르스 사태가 종식된다해도 그 이후 정상 기능을 회복할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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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분위기도 내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성남시 분당구 C소아청소년과 원장은 "비록 소아청소년들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메르스 공포로 발길이 뚝 끊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사태가 마무리된다고 가정하자. 지난해 청구액에 대비해 대략적인 진료비를 산출 보상을 해준다고 해도 이미 낙인이 찍힌 소청과 의원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자녀 과잉보호 현상에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만약 감염 병원으로 알려졌다면 으레 부모들은 '다른 병원에 가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관계자는 "동네병원의 피해 수준은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려울지 모르나 반드시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신종플루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정부가 보상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소청과 의원은 소위 한 집 걸러 위치해 있다. 메르스 사태 발생 이후 문을 열고도 막대한 피해를 입은 곳에 대해 정부가 반드시 대책 마련에 나서줘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