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 후 고달퍼진 제약사 영업맨들
설상가상 약가인하 폭탄 그들은 말한다
2012.04.09 00:00 댓글쓰기

리베이트 쌍벌제 여파는 강력했다. 무엇보다 제약사 매출 견인의 핵심인 영업사원들에게는 피부 깊숙이 느껴질 만큼 잔인하다는 관측이다. 과거 ‘돈’으로 영업하지 않는 회사들이 손에 꼽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만연했던 리베이트 제공 행태에 정부는 제약계를 압박하고자 최후의 카드를 선택했다. 쌍벌제를 기점으로 제약 환경은 정말 달라졌을까. 제약사들의 경우 영업환경 위축으로 영업사원들만 누릴 수 있는 고유 영역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대세다. 실제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도 다반사인 가운데 그들은 이제 일괄 약가인하 시작과 함께 생존까지 위태롭다고 호소한다. 한편으로는 쌍벌제 시행 이후에도 고질병처럼 리베이트가 잔존해있는 회사들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 증언까지 모아 제약 영업사원들의 현 주소를 간략히 살펴봤다.


●“문전박대는 기본, 스스로 주문을 건다”


A 제약사 영업사원 K씨는 오늘도 기진맥진이다. 일주일에 3일은 현장 출근이다. 진심으로 우러나와서 사람을 상대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아니면 또 문전박대를 당할 것을 우려해서일까. 그는 오늘 하루 동안 자신이 맡은 로컬 병원 세 군데를 돌아다녀야 한다.


병원에 가면 의료진에게 영맨들 만의 용어인 ‘디테일(제품 설명)’을 하고 샘플이나 만 원 이하의 판촉물, 그리고 학술자료까지 건낸다. 저녁에는 동료 영맨들과 스트레스를 풀 겸 술자리를 갖고 새벽에 퇴근한다.


쉬고 싶지만 성과급이 달려있다는 생각에 휴가까지 모조리 반납했다. 회사에서 휴가를 쓰면 ‘이상한 놈’ 취급받기 십상인 환경이지만 휴가를 쓰고 싶은 생각도 멀리 떠난 지 오래다.


그에 따르면,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영업사원은 일종의 전쟁터에 나가는 싸움꾼이나 허공에 메아리치는 등산객으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그는 “예전에는 의사들을 찾아가 제품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돈이 오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던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정반대가 돼버렸다. 아무래도 정부까지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회사와 의사 모두 조심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속내를 드러냈다. “문전박대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고 제약회사라는 전문 지식이 필요한 회사에 들어왔지만, 잡상인 취급을 받는 수치심은 기억 속에서 지우기 쉽지 않다. 전쟁터에 나가는 싸움꾼처럼 출근 직전 마음을 강하게 먹거나 스스로 주문을 건다. 난 제약회사 직원일 뿐이라고…”


한 손에 서류가방을 든 정장 차림의 이 직원은 환자들의 눈치까지 살피며 심호흡을 하고 오늘도 원장실 문을 두드린다.

 

●“쌍벌제 시행 후 영맨 고유영역 무너졌다”
B제약 전직 영업사원 S씨의 증언은 더욱 처절했다. 영업사원은 이제 리베이트로 동일시되고 있는 현상에 그는 “더 이상 영맨이 누릴 수 있는 영역이 없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바로 성과급인데, 최근 쌍벌제 시행 이후 그 성과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는 영맨들만의 로열티는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일괄 약가인하로 제약사 전체적인 매출 급감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일순위가 영업사원들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오다보니 영맨 만의 이점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의료진들이 영맨을 대하는 태도가 친분과는 무관해지고 있다고 그는 증언했다. 이 영업사원은 “쌍벌제를 기점으로 모든 게 바뀌었다. 심지어 친하게 지내던 의료진도 딱딱하게 변한 모습을 수 차례 관찰했다”며 “한 제약사 영맨이 한 번 찾아오고 다른 제약사의 경우 두 번 찾아가더라도 의사 입장에서는 오해받기 쉽기 때문에 똑같이 평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최근 스마트폰을 지원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다 많은 양의 정보를 간단하게 그리고 편리하게 의료진에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돈으로 영업하는 시대는 끝났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법적 허용 수준의 판촉물 제공 등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쌍벌제에도 끄떡하지 않는 회사들 있다”
C제약 전직 영업사원 L씨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아직도 별 다른 감흥 없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회사들의 명단이 그의 입에 오르내렸다. 더욱이 최근 들어 보다 치열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일괄 약가인하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차피 매출 급감이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리베이트 제공으로 과징금을 물어도 마찬가지 결과이기 때문에 일단 저지르고보자 식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현재 하위 제약사들의 리베이트는 상상 이상이다. 약가인하로 매출이 감소하면 영업이익도 줄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하는 곳이 허다하다. 심지어 상위사들도 이러한 대열에 합류했다. 기존에 리베이트 제공을 하지 않던 회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 원장의 말에 따르면 모 다국적사 의약품이 특허 만료되자 제네릭으로 시장에 발을 들인 회사들의 리베이트 공세가 심각하다. 이 원장이 사용하는 약이 아닌데도 몇 개 회사의 경우 공격적으로 나와, 원장이 왜 리베이트를 주느냐고 혼쭐을 낸 적이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제공자 입장에서는 치열하지만 받는 쪽에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최근 제약사 직원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에게 눈치가 보여 만남 자체를 꺼리는 원장들이 많다. 그러나 그럴수록 제네릭 전쟁터에서 이기기 위해 제약사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더욱 치열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라고 현 주소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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