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리베이트 자정선언과 함께 제약사 영업사원 병·의원 출입 금지령을 내린 가운데, 일선 의료계 현장은 ‘자정’과 ‘무관심’ 형태의 갈림 현상을 보이며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실제 제약 영업사원들이 바라 본 개원가는 의료계 자정선언 내용에 대해 완전히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자정선언 내용대로 ‘병원 출입 금지’를 예고 통보하며 친분이 있는 영업사원에게 조차 만남에 대한 조심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곳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전언이다.
물론 의료계가 자정선언을 천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점도 있지만 자정 선포 당일 오후에도 ‘병원 회식 지원’을 주문한 한 개원의 사례의 경우 아직 의료계 ‘자정’이 어려운 숙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시키고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 제약 A사 관계자는 “거래처 원장이 ‘의협으로부터 전달사항 등의 공문이 내려오면 그 때는 병원에 찾아오면 안 될 것 같다. 섭섭해 하지 마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씁쓸한 분위기다. 지금까지 쌓아온 인간관계가 있는데 이번 의료계 자정선언은 배신감마저 들게 한다. 애매한 리베이트 쌍벌제 독소조항 때문에 영업사원마저 떳떳하지 못한 상황이 됐다. 지금은 단순 병원 방문에도 환자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는가”라고 한탄했다.
하지만 이번 자정선언이 마치 ‘쇠 귀에 경 읽기’ 식인 곳들도 산재했다. 의료계 사령탑인 의협의 주문이 각 개원의들에게 흡수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높은 모습이다.
이와 관련, B사 관계자는 “모 영업사원이 거래처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병원 회식 지원을 해달라는 얘기였다. 자정선언이 있은 지 불과 몇 시간 뒤의 일이라 하더라”며 “정작 개원가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듯 하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알다시피, 제약업계만 유독 리베이트가 안 좋은 인식으로 심어져 있다. 속된 말로 리베이트는 때려 죽여도 못 없앤다. 마트에서 냉장고 하나사면 30만원 어치 기프트카드가 증정되는데 이것과 무슨 차이인 것이냐”며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C사 관계자 역시 “자정선언 다음 날인 5일 아침에도 거래처 원장을 만나고 왔다. 안 만나주기는 커녕 아무런 얘기도 없었다”며 개원가의 무반응 태도를 재차 강조했다.
한편, 4일 의협과 의학회는 ‘의약품 리베이트 자정선언’과 함께 제약업계의 의약품 리베이트 공세 중단과 한국제약협회의 리베이트 단절 선언도 촉구하며 강경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면서 양 단체는 영업사원의 의료기관 출입금지 기간을 리베이트 쌍벌제 모법 및 하위 법령 개선 시까지로 잠정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