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IT 기술력과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을 고려할 때 썩 틀린 말 같지는 않다. 그런데 더 강력해질 것이란 게 과연 무엇인가. 이제부터는 상상력이 필요해 보인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해 본 어떤 것. 상상했더라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은 우리만 가지고 있는 그것이 무엇일까.
의료와 IT 기술의 융합이라 하면 가장 먼저 ‘U-헬스’ 산업이 떠오른다. 환자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꿈의 환경이다. 특히 원격의료 개념과 연계한 21세기 복지 인프라와 동시에 해외 의료관광과 같은 서비스산업의 활성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시장 규모는 국내 시장만 3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 IT’산업이 의료계 밥그릇 지키기와 IT 산업에 대한 무지,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이기주의 등에 묶여 표류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국내 업체들의 U-헬스 기술력은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역전돼 기회를 놓치면 의료 후진국으로 전락되고 말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한 가지 궁금점이 있다. 우리가 U-헬스라고 부르는 것을 외국에서는 E-헬스라고 한다. E-헬스 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은 세계 최고 의료와 IT 기술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국가이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 있다면 당연히 세계 최고는 미국이어야 한다. 그런데 재밌게도 E-헬스 담론을 리드하는 국가는 캐나다, 영국, 호주 등이다.
E-헬스를 전공하는 캐나다 교수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왜 E-헬스는 미국이 아니고 영연방(Common Weath) 국가들에서 발달해 있느냐고. 그 교수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정말 몰라서 묻느냐고 되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말 궁금해서 묻는다고 하자, 간단하게 의료비 절감이 목적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자기들의 의료보장 시스템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도대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비즈니스 기회가 무엇인가. 그리고 U-헬스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자본주의 의료 대명사인 미국에는 U-헬스의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정말 많은가. 아니면 U-헬스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의료비 상승을 꺾을 수 있는 대안인가. 그렇다면 의료비 절감 효과를 국가 경제성장 동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또 국민이 길거리에 널려있는 병·의원, 보건소, 건강사업체들 대신 U-헬스 비즈니스를 선택해 줄 것인지, 의료산업이 부가가치가 단순히 U-헬스산업으로 이전하는 것은 아닌지 등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언제 어디서나 건강과 생명이 보호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 분명 우리 모두 지향해야 할 꿈의 미래인 것은 확실하다. 개인, 조직, 국가의 멋진 상상력이 이런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리더십의 핵심도 거기에 있다고 한다. 우리 의사들이 선제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