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경 수술 거부' 선언 참담한 산부인과
교수·전공의, '포괄수가제 시행' 집단 반발…'반드시 필요한 산모는 개복'
2013.06.04 20:00 댓글쓰기

오는 7월부터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 수가안이 재검토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산부인과 의사들이 정부 결정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포괄수가제의 상징격인 ‘복강경 수술’ 거부를 선언한 만큼 이에 따른 정부 반응을 6월 말까지 지켜본 후 유동적으로 행동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대한보조생식의학회, 대한부인종양학회 등 11개 유관단체 관계자 및 전공의들은 포괄수가제 강행에 대처하고자 4일 서울대병원에 모였다.[사진]

 

 

이 자리에서 산부인과학회 김병기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7월 1일부터 포괄수가제를 강행할 경우 전국 대학병원에서는 부득이하게 산부인과 복강경 수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만, 정상적인 산모들의 제왕절개술과 암환자 및 응급환자에 대한 수술은 그대로 진행하고 예정돼 있는 복강경 수술만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학회 신정호 사무총장은 “예정돼 있는 복강경 수술 중에서도 환자가 반드시 수술을 진행해야 할 경우에는 개복을 통해 부인과 수술을 할 것”이라면서 “수술 거부 사태를 선택하게 될 지는 정부 대응에 달려 있다”고 피력했다.

 

현재 산부인과의 요구 사항은 꼭 포괄수가제를 시행해야 하고 2개 질병군을 유지해야 한다면, 합병증 없는 건강한 임신부의 제왕절개술과 개복에 의한 자궁적출술만을 적용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사무총장은 “변이도나 난이도가 극심한 그 밖의 수술들은 현재 진행 중인 질병분류체계의 정비가 완성되는 대로 점차적으로 확대하자는게 산부인과 입장”이라며 “수차례 요구한 이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한다면 산부인과의 미래는 참담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전국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들이 복강경 수술 거부 카드를 꺼낸 것도 단순 수가 인상 차원이 아닌 산부인과 학문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포괄수가제는 새로운 재료, 장비, 방법을 사용하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값싼 재료와 저렴한 수술법만을 조장하게 된다는 우려다.

 

일부 교수들은 “중소병원은 큰 병원으로 환자를 미루고, 대형병원들 역시 서로 수술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며 “포괄수가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피해는 환자들이 본다-침묵은 사회적 죄악"

 

결국 피해가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각 병원의 경영효율화 요구에 산부인과는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란 비관적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다.

 

신 사무총장은 “포괄수가제 강행으로 인한 참담한 미래가 뻔히 예측되고 있는데 산부인과 교수들이 침묵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죄악이나 마찬가지”라며 “분명한 메시지를 남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산부인과학회는 복강경 수술 거부 합의까지 이르게 한 포괄수가제의 부작용을 널리 알리는 한편 정부의 반응을 기다리겠다는 복안이다.

 

학회 김선행 이사장은 “진료수가를 조금 더 받기 위한 근시안적인 고민이 아니”라고 분명히 하면서 “그동안 묵묵히 분만실과 수술실을 지켜온 산부인과 의사로서 미래 세대에게 져야할 막중한 책임이다. 지금 절벽 앞에 서 있다”며 재차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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