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병원 적정성평가'가 신뢰성·공정성이 떨어진다며 평가결과 하위 20%에 등재된 의료기관들이 제기한 환류대상 취소 소송에서 심평원 패소를 선고했다.
요양병원 적정성평가는 심평원이 지난 2008년부터 의료의 질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실시해 왔고 전국 937개 요양병원의 시설·인력·장비 등 구조(치료환경)와 진료(과정·결과)부문을 평가한 후 등급을 산정, 이를 기준으로 급여를 차등 지급하거나 환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판결로 의료기관 수준을 가늠하는 적정성평가의 신뢰성, 공정성 논란이 도마위에 오르며 의료계에 미칠 파장이 상당히 클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심준보)는 "구조부문 실태 평가의 경우 각 의료기관 스스로 기재·보고해 상당 부분 허위일 가능성이 크고 전체 요양병원을 현장방문 조사하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심평원이 하위 20% 의료기관 8곳에 지시한 환류대상통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평가기준을 의료기관 재량에 맡긴데다 전수 요양병원의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평가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위법한 조사방식을 실시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웹조사표(요양병원 자가 보고표)에 따른 등급산정은 요양기관별 평가 기초자료가 달라 부정확하기 때문에 의료환경 개선을 유도하기는 커녕 급여 평가제도 자체에 불신을 유발한다"며 "심평원은 웹조사표를 전수조사하고 오류사항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거듭 부여했다고 주장하나, 이것이 상대평가에 있어 기초 자료가 상이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 판결과 관련해 심평원은 "신뢰성과 관련한 비판을 담보할 수 있을 만큼 다차원적인 대비책을 마련해 놨기 때문에 평가 방식의 객관성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며 "항소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조사표와 관련해 건강보험에서 정확하게 사실 그대로 작성할 것을 적시하고 있고, 허위 작성한 요양병원은 향후 병원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수 차례 공표해왔다"며 "전국 6권역을 돌며 요양기관 평가 설명회를 진행한데다 보건복지부 고시를 바탕으로 시행된 적정성평가의 신뢰성을 운운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심평원은 법원이 지적한 요양병원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1000개에 달하는 요양병원의 적정성 평가를 맡길만한 외부기관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외주 업체와의 계약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한데 이에 필요한 예산은 책정된 바 없다"며 "심평원 외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역시 1000여개의 요양병원을 4년에 걸쳐 인증 과정을 거친다"고 피력했다.
의료기관을 평가할 전문성은 물론, 인력적, 금전적 면에서 외부기관에 전수조사를 의뢰하라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융통성 없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구조부문, 진료의 질 부문 모두 하위 20%로 선정된 의료기관에 대한 환류 결정은 당연하다"며 "환류대상 통보는 병원 병상, 시설 등 물리적 부분 외에도 의료서비스의 질이 크게 떨어질 때 시행된다. 질 나쁜 의료기관에 대해 환류가 없다면 누가 우리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맡기겠느냐"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