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규모 리베이트 행정처분을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쌍벌제 이전에 수수한 리베이트도 행정처분 대상으로 보고 검토에 들어갔다. 8000여 명의 의사회원에 대해 행정처분을 예고한 만큼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대규모 행정처분 사태를 시민·사회계가 주목하는 상황에서 이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임의적으로 행정처분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행정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번복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의료계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없던일이 되기 어렵고,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감사원 지적사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건은 의협 비대위가 어떤 행보에 나설지다. 지난 7일 열린 결의대회에서 여러 대표자는 "총파업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의사면허 정지가 생업과 밀접한 관계라는 점에서 의료계 여론을 달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사회적인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의협은 수 차례 리베이트 근절을 선언했고, 이를 적극 홍보했다. 쌍벌제를 과하게 소급 적용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쉽지 않다.
인권탄압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복지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사회적인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정처분 전까지 대응할 시간도 많지 않다. 복지부는 30일 전후로 행정처분을 공식화 활 것으로 전망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의대회 당시 "행정처분이 결정되면 대응이 의미가 없어진다"며 속도전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의대회에서 제안된 복지부 또는 청와대 집회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대규모 집회를 진행한다고 해도 복지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미지수다.
의료계 내부에선 정부에 확실한 인식을 심어주려면 총파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많은데,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현재 의료계 내부에서도 착한손 캠페인을 강력히 홍보한 의협이 리베이트 처벌에 반발해 파업에 나서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행정처분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처분 수위를 낮추는 방향으로 회무를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복지부는 소액 수수자의 처분 수위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계가 대응할 시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생존권이 걸린 문제여서 물러설 틈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