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남짓 만에 메르스 감염 방어선이 붕괴되면서 다급해진 정부가 병원명 공개에 이어 진료거부 시 법적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히자 의료계 반발 조짐이 더욱 확산되는 기류다.
보건복지부는 8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자의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이 확인되면 의료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이 알려지자 서울 서초구 A의원 원장은 "그토록 의사와 병·의원을 몰아 부치더니 이제는 진료거부 시 처벌을 한다고 한다. 얼마나 엉뚱한 짓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원장은 "정부 논리대로라면 메르스 진원의 정확한 차단을 위해 환자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며 "환자 정보를 알아야 밀접 접촉이 일어난 사람들이 스스로 검사받으러 오고 정확한 추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의사가 메르스 진료를 하는 것은 양심에 비춰보더라도 지극히 타당하고 합당한 일이지만 해당 병·의원은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어떠한 보상 체계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르스가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해당 병·의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어떤 의사가 제정신으로 메르스 진료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도 "지금은 거점 병원으로 의심환자를 모아 보내야하고 의사들에게는 적극적인 협조를 구해야 할 때"라고 정부를 향해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정부가 공개한 메르스 발생 기관 명단을 보면 사전에 의료계와 전혀 협의되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짚었다.
추 회장은 "환자 경유 의료기관의 경우, 환자들이 이용을 꺼려하는 등 '낙인'이 찍히면서 선의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한 선의의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에게 '주홍글씨'가 새겨졌다는 것이다. 이미 메르스 확진 환자인 삼성서울병원 의사에 대해 인신공격성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
추무진 회장 "의협 차원서 피해 의료기관 현황 파악 등 주력"
이에 추 회장은 "메르스 환자 발생 및 경유 의료기관 명단이 공개됨에 따라 휴업이나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만큼 의협 차원에서 피해 의료기관 현황 파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요구사항 등에 대한 사항도 접수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그 가운데 추무진 회장은 이날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간담회[사진]를 통해 "억울하고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의료인들을 격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의원급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료를 하지만 감염 의심자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 것에 대한 지침이 없어 자택격리를 요청할 경우 '진료거부'로 오해하는 환자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추 회장은 "보건당국에서 감염 의심자에 대한 대처 지침을 조속히 마련해 의료기관에 배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한 "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이원화하는 정부 조직 개편을 검토해 줄 것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건소와 공공의료 기능 재정립을 해달라"는 입장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김춘진 위원장은 "복지부가 지자체에 확진 권한을 주겠다고 발표했지만 늦은 감이 있다"며 "좀 더 일찍 확진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했어야 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