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8월에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 같았던 서남의대 사태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22일 있었던 교육부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2학기 또한 임시이사회 체제로 출발하게 됐기 때문이다.
진척 상황은 불투명하고 관계자들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 환경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최근 열린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에서는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서남의대 정상화 방안 컨설팅 관련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이는 2학기가 새로 시작되는 9월 전에 학생들의 수업 환경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방향성이 결정되지 않겠냐는 그동안의 추측을 뒤집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8월 중 결정될 것이라는 예정도 없었고 실제 올라온 안건도 없다”며 “이번 분쟁조정위에서는 임기가 끝난 임시이사 7명을 새로 선출했다”고 결과를 전달했다.
지금까지 활동하던 서남의대 임시이사회는 25일로서 2년의 임기가 끝난다. 이에 따라 새 임시이사체제를 운영하기 위해 일곱 명을 새로 선출한 것이다. 뽑힌 임시이사는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고 나서 정식으로 활동하게 된다.
서남대 측은 “정식 공문은 받지 않았으나 만약 임명 승인이 된다면 당분간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라며 “정상화 계획서를 내는 단계를 거치고 있는 가운데 수업 등은 평소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상황 최악, 언젠가는 학교가 없어질 것 같다” 비탄의 목소리
그러나 학생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차라리 폐교가 낫다는 입장이다.
정상화 방안이 지지부진한 현재, 논란의 원인이었던 교육 현장은 사실상 방치당하는 것이나 매 한가지인 상황이다.
한 서남의대 학생은 “교육 상황은 최악이다”며 “교수님도 나가고 학교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작년보다 더 안 좋다”고 말했다.
그는 “1학년 수업은 거의 교양 위주다. 전공과목이 없다. 행정실과도 소통이 안 된다”며 “필수교양과 전공수업을 중복 배치해 수강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고 고쳐주지도 않는다”고 불통 행정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냈다.
또 “의대생에게 휴학은 타 과 학생들보다 훨씬 부담이 큰데 이를 무릅쓰고 단체휴학으로 의사표시를 하자고 제안하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로 많이 불안한 상황”이라며 “사정을 아는 친구들이 ‘너희 의대 맞냐’고 할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언젠가 학교가 없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학생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사실 없어져야 하는 곳이 맞다”고 지적했다. 교육 현장에 놓여 있는 학생들이 경험한 실태는 훨씬 심각했던 것이다.
그는 “구제방안이 여의치 않게 되면 내년 2월에 있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평가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그 사이에 지금과 같은 교육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학교 입장도 궁금하다”고 대학 측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의 사정과 함께 목격되는 서남의대 폐과 반대의 목소리는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최근 전북애향운동본부 임병찬 총재는 “서남대 정상화는 200만 전북애향 도민의 확고한 의지이자 350만 출향 인사들의 간절한 소망이다”며 폐과를 반대는 내용의 청원서를 교육부장관에게 제출한 바 있다.
예수병원 측도 얼마 전 ‘서남대 정상화를 위한 포럼’을 개최하고 서남대 인수 계획 및 이후 교육 방향에 대해 발표하며 정상화 방안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의 다음 번 사학분쟁조정위는 오는 9월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