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무기력해지는 현상인 ‘번아웃’이 흉부외과 전문의들에게는 현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긴 근무시간에 따른 의사 피로도는 환자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또 해당 진료과의 전공의 확보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회는 최근 흉부외과 전문의 9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무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 흉부외과 전문의의 하루 근무시간은 평균 12.6시간이었다. 13시간 이상 근무하는 이는 66%(52명)으로 조사됐으며,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전문의도 18%(17명)이나 됐다.
주당 근무일수는 평균 5.9일이었지만 전체의 21%(20명)는 주당 7일 모두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근무시간은 평균 76.1시간이었지만 81시간 이상 근무가 36%(35명), 101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8명, 1명은 주당 138시간을 근무했다.
한달 평균 당직일수는 6.5일이지만 7일 이상 57%(55명), 10일 이상도 38%(37명)로 조사됐다.
이를 근거로 흉부외과학회는 전공의 80시간 제도 도입 후 전문의들 업무 부담 가중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실태조사 설문 내용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한국갤럽이 맡았다. 대상은 개업의와 은퇴자들을 제외한 현업 종사자 500~700명 가량이다.
학회는 우선 오는 10월 예정된 추계학술대회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또 대한외과학회와 함께 이를 토대로 국회토론회·공청회 등도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의 해결을 위해 학회는 ▲근무환경 개선과 진료공백을 위한 인력지원(입원전담 전문의, 진료보조인력 등)을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에 높은 사망률이 예측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으로 명시해 의료진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종합병원 필수진료과목 지정 및 지원대책 마련 등을 통한 안정된 진로 확보 ▲심혈관 수술 분야의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필수의료분야의 국가책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 관계자는 “문제는 환자 진료부터 수술, 안전 관리까지 해야 할 전문의들이 이렇게 어렵고, 힘들다면 과연 환자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만약 이들 전문의 중에 아프거나 갑작스러운 공백이 생길 경우에는 그 모든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전문의보다 전임의(펠로우)들은 더 힘들고, 마땅한 해법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