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충동 만성편두통, 전문의 빠른 치료 매우 중요'
조수진 대한두통학회 부회장
2019.07.12 10:55 댓글쓰기

편두통은 심각한 질환이다. 2018년 대한두통학회가 신경과를 내원한 편두통 환자와 두통이 없는 일반인의 정신건강상태를 비교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편두통 증상에 따른 고통과 정신건강 문제로 '자살 경향성'을 보이는 사람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한 달에 15일 이상, 즉 이틀에 한번 꼴로 두통을 경험하는 만성편두통 환자라면 그 고통은 더욱 심할 수 밖에 없다.

오는 7월21일 예정된 대한두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국내 최초로 편두통 예방치료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예정이다. 편두통이 왜 심각한 질환인지, 만성편두통은 환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이를 바라보는 학계의 시선은 어떤지 등 조수진 대한두통학회 부회장(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을 만나 들어봤다.[편집자주]


편두통은 머리 혈관의 기능 이상으로 발작적‧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두통의 일종이다. 맥박이 느껴지는 듯 욱신욱신 혹은 지끈지끈한 증상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편두통을 한쪽만 아픈 두통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통증은 머리 전체에 오는 경우도 있으며 개인별, 상황별로 다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질환이다. 일단 편두통 발작이 일어나면 두통과 메스꺼움, 구토, 광선공포증, 소리공포증 등의 신체 증상뿐 아니라 우울, 불안, 좌절, 무기력증 등의 정신 증상까지 동반 될 수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15년 발표한 ‘질환으로 인한 장애 순위’에 편두통은 7위에 올랐고, 2016년에는 50세 미만 여성들에게서 장애 유발 질환 1위로 꼽혔다 .


전세계 편두통 유병률은 11% 정도다. 대한두통학회에 따르면 인구집단을 비교했을 때 국내 유병률은 6.1%(남성 2.9%, 여성 9.2%)로 추정되며, 100명중 1명은 심각한 만성편두통을 앓고 있었다.

조수진 대한두통학회 부회장(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사진)은 “국내에서 편두통 환자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두통 자체를 질환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이가 적고, 두통이 오면 병원에 가기보다는 참거나 진통제를 먹고 버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편두통 유병률을 6.1%로 봤을 때 전체 편두통 환자는 261만 명으로 추정된다.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편두통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54만5천 여명으로 총 환자대비 20%에 불과하다.


또 편두통은 신경과나 두통전문병원에서 진단 및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모르는 환자들도 있어 진료과를 헤매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조 부회장은 “편두통은 머리가 욱신거리는 심한 통증 뿐 아니라 메스꺼움, 구토, 안구통, 어지러움 등의 신체적 증상을 동반할 때가 많은데 이를 오인해 소화기내과 및 안과, 이비인후과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과를 거쳐서 신경과로 의뢰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처럼 진료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다른 진료과에서 일부 증상에 대한 치료만 받으면 실제 원인인 편두통 진단과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발생일·강도 줄이는 진단·치료 골든타임 관건"
"적절한 치료시기 놓치면 만성화, 근래 보톡스요법 각광"


편두통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만성편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통 전문의들은 보통 한 달에 보름 이상 두통 증상을 겪고, 이 중 절반 이상이 편두통 양상을 나타내면 만성편두통 진단을 내린다.


만성편두통 환자들은 사회생활이나 가족 관계에 있어서도 두통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조사에서 두통 때문에 직장을 잃거나 해고될 까봐 걱정된다는 항목과 두통으로 인해 자녀에게 적절한 부모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각각 44.8%, 64.2%로 집계됐다.

통증을 빠른 시간 내 없애는 것이 목적인 급성기 치료와 달리, 만성편두통 예방치료의 목적은 편두통 발생 일수와 강도를 줄이는 것이다.


조수진 부회장은 “예방치료로 한 달 편두통을 겪는 날이 15일에서 7일로 줄어들면 일반인들에게는 와 닿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만성편두통 환자에게는 두통 없이 자유로운 날이 일주일 이상 늘어난다는 게 큰 의미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의 매일 아픈 만성편두통 환자에게는 두통이 없는 하루 하루가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예방치료는 만성편두통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만성편두통 예방치료에는 심혈관계 약물, 항우울제, 항전간제 등의 경구예방약물과 보톡스 주사 치료가 주로 사용된다.

조 부회장은 “만성편두통 예방치료 옵션 중 안전하고 장기간 치료가 가능한 것 중 하나가 보톡스”라며 “항전간제 등 경구예방약물의 경우 복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여러 부작용이 있다”고 밝혔다.


경구용 예방치료 받은 환자 중 6개월 이상 복용하는 경우는 25%, 1년 이상 14%로 매우 낮게 보고된 바 있다.


반면 보톡스는 미국 FDA와 식약처에 만성편두통의 예방치료로 유일하게 허가됐다. 장기적인 임상 결과를 통해 안전성과 효능도 입증 받은 치료제다. 3개월에 1번만 치료가 필요하므로 최근 많이 활용되는 치료옵션이다.


조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편두통 환자들의 빠른 진단과 치료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두통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최대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치료가 빠를수록 두통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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