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체외충격파치료기를 사용해 환자를 치료한 한의사에 대해 불법의료행위 혐의가 없다는 검찰 판단이 나왔다.
14일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체외충격파 치료를 시행했다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으로부터 불법의료행위 혐의로 고발된 한의사에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의협은 앞서 지난 2018년 11월 ‘한의사가 양방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면허 외의 행위이며, 의료행위는 침습성이 강하고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바 그 위법성이 중대하다’며 체외충격파 치료를 시행한 한의사 A를 고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2019년 6월 보건복지부 질의 회신을 인용해 ▲한방분야에도 기계적 진동을 활용한 한방물리요법이 존재하는 점 ▲한의사 체외충격파치료기 사용만으로 심각한 보건위생상 위해(危害)가 발생할 우려가 크지 않은 점 ▲한방분야 학문적 원리와 목적, 방식에 따라 의료행위가 이뤄졌다면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불법의료행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결정에 대해 의협은 “체외충격파치료기 사용은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고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무면허 의료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며 즉각 항고를 제기했으나, 서울고등검찰청은 의료계 항고를 기각했다.
의협은 이어 대검찰청에 재항고를 했으나 결국 ‘혐의 없음’ 결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항고는 지방검찰청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한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관할 고등검찰청에 재판단을 요구하는 절차로, 항고가 기각되면 대검찰청에 재항고할 수 있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추진 중인 한의협은 이번 대검찰청 결정에 환영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의협은 “한의사 의료기기 활용에 있어 이번 검찰의 결정은 CO₂ 레이저에 이은 매우 의미있는 판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향후 의협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적극적인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운동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며 “2020년은 체외충격파치료기를 포함해 CO₂레이저 치료기, 포터블 X-ray 등과 같은 다양한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둔 의료계-한의계 고발전은 지난해 이후 계속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16년 8월, 서울고등법원은 뇌파계를 사용했다고 고발당한 한의사에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되어 있는 경우 등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면허정지)을 취소할 것을 선고했다.
2019년 8월에는 CO₂ 레이저 조사기를 이용해 여드름 질환을 치료했다는 이유로 한의사가 고발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을 맡은 대구지방검찰청은 “레이저는 한양방 공히 사용되던 것으로 이원적 입법체계 위반으로 보기 어렵고, 한의학과 레이저치료에 관련된 연구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해당 기기는 피부과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기기로 한의학에서도 한방피부과 영역이 의료법상 독자적 영역으로 인정되고 있고, 피부질환과 이의 치료에 대한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린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