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에서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30년 간 건강한 삶을 이어오며 최장기 생존 기록을 갱신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은 1992년 10월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받은 이상준 씨(72세, 남)가 올해로 수술 30주년을 맞이해 국내 간이식 최장기 생존자가 됐다고 19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 1991년 몸이 몹시 피곤해 병원을 찾았다가 B형 간염이 간경화로 악화돼 간이식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살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년 6개월로 유일한 치료법은 간이식 수술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간이식은 첨단의학의 결정체로 여겨지며 성공 사례도 많지 않았다.
미국에서 수술을 고민하던 이 씨는 이듬해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고난도 수술을 연이어 성공시킨 소식을 접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후 1992년 10월 8일 병원으로부터 뇌사자 장기이식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고, 다음 날 새벽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교수의 23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이 씨는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씨 스스로도 건강관리에 철저히 임했다. 수술 후 30년ㅍ간 매일 만 보 이상을 걷고 금주와 금연 습관을 지켰다.
또한 45일마다 병원을 방문해 B형 간염 항체 주사를 맞고 90일마다 외래에서 건강상태를 점검받고 있다.
이 씨는 간이식인들의 경제적인 고충과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앞장서왔다.
간이식 후 치료비가 부담돼 치료를 포기하고 건강이 악화된 환자들을 보면서 한국간이식인협회를 창설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2001년 7월 B형 간염 항체 주사의 보험 적용을 이끌어냈다.
치료비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서는 기금을 모아 나눔행복재단을 설립해 수십 명의 환자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했다.
이 씨의 노력에 이승규 교수도 적극 동참했다. 급여화 및 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로서 의견을 개진하고 나눔행복재단에 책 인세를 전액 기부하는 등 간이식 환자들을 위해 힘을 보탰다.
이상준 씨는 “전문가가 존중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믿고 의료진의 지시대로 약 복용, 운동, 식사를 철저히 지킨 덕분에 지난 30년을 단 한 번의 이상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승규 석좌교수는 “이상준 씨의 모범적인 건강관리와 간이식인들을 위한 헌신적인 활동은 환자들은 물론 나에게도 큰 용기와 귀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장기이식 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올랐다. 앞으로 이 씨와 같은 장기 생존 환자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1992년 뇌사자간이식 수술과 1994년 생체간이식 수술을 시작으로 지난 9월까지 생체간이식 6666건, 뇌사자 간이식 1344건을 시행했다.
간이식 생존율은 98%(1년), 90%(3년), 89%(10년)로 장기이식 선진국인 미국의 이식 생존율을 훨씬 넘는다.
한해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