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대한외과학회가 전공의 주당 근로시간이 60시간으로 축소될 경우 4년제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절대적인 수련시간이 부족하면 양질의 외과 의사를 육성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이사장은 10월 31일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과 전공의 수련 4년제 환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신 이사장은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이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축소되면 학회에서는 적극적으로 4년제 복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어떤 제도가 도입이 됐을 때 이를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은 기다릴 필요가 있지만 외과의사로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려면 최소한의 교육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9년 전공의 수련기간을 3년으로 전환한 후 6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4년제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있어왔다는 것이 신 이사장 설명이다.
학회가 전공의 수련 4년제 환원을 고민하는 이유는 법(法) 개정과 정부 정책 등으로 전공의 수련시간이 현행보다 점차 줄어들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실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핵심 의제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삼고 있다.
주된 내용으로는 전공의 근로시간을 주당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줄이고 연속근로시간은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 등이다.
학회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지위 향상에는 이견이 없지만 절대적인 수련시간이 줄어든다면 수련의 질(質)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양질 외과의사 육성 위해서는 '절대적 수련기간' 필수"
"아직 결정된 사안 아니고 전공의 주당 근로 80시간이 60시간으로 줄 경우 대비"
"수련기간 다시 늘려도 전공의들이 잡무 부당행위 등 악습 되풀이 안될 것"
신 이사장은 "전공의 주당 근로시간이 60시간으로 줄어들면 연차별 교육을 진행하지 못하고, 정규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학생 신분이 아니고 전문의가 되는 신분인 만큼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 학술이사(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도 "전공의 주당 근로시간이 60시간이 되면 쉽게 말해 종합대학이 전문대학이 되는 것"이라며 "수련 프로그램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그에 따르면 미국은 주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외과 전공의 수련기간이 6년에 달한다. 영국의 경우는 무려 8년이다.
김 이사는 "전공의 근로시간이 짧아졌다고 의학적 오류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았지만 숙련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며 "상식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어들면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수련기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련기간 단축 정책에 면밀한 점검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김 이사는 "3년제 훈련을 받은 전문의들이 필드(개원가)로 나갔을 때 어떤지 역량을 보이고 있는지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며 "3년제 수련을 하고 있는 다른 과도 비슷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학회간 협조가 된다면 함께 고려해볼 문제"라고 했다.
학회는 특히 수련기간을 다시 늘릴 경우 신분이 모호한 전공의들이 잡무나 부당 노동행위 등에 시달리는 '악습'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그럴 수 없다"고 단언했다.
신 이사장은 "제도를 만들 땐 취지가 중요하다. 문제가 있으면 보완해서 완벽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4년제로 복귀하는 것은 부족한 당직 근무자를 전공의로 채우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과거식 교육은 통하지 않는다. 시스템을 잘 갖출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