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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들어온 이후 규제를 마련할 수는 없다. 의료진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가 필요하고, 피지컬 AI에 대한 통제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공지능(AI)과 의료로봇이 결합한 피지컬 AI 의료기기 확산에 대비, 허가부터 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규제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의료기기처럼 정해진 성능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습데이터와 알고리즘 변화, AI 편향, 모델 드리프트, 사이버보안 등을 제품 전주기에 걸쳐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손미정 디지털의료제품지원총괄과장은 최근 데일리메디와 K-헬스미래추진단이 공동주최한 ‘2026 대한민국 헬스케어 포럼’에서 ‘피지컬 AI 허가·심사’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손 과장은 “제품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규제도 빠른 속도로 발전해야 한다”며 “식약처는 강한 규제를 적용하기 보다 제품 특성에 맞는 맞춤형 규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의료기기는 소프트웨어가 질병 진단·치료·예방·예측 기능을 직접 수행한다. 제품 허가 이후에도 학습데이터가 쌓이면서 성능이 달라질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손미정 과장은 “규제에 부합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제품을 의료진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AI 허가 증가 추세…고자율 수술로봇은 연구개발 단계
그는 “우선 수술현장에서 수술보조 로봇, 흔히 로봇수술이라고 부르는 형태로 많이 활용될 것”이라며 “몸 밖에서 수술하는 방식뿐 아니라 혈관 등에 삽입하는 소형 로봇 형태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 AI와 의료로봇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손 과장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 AI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41.8%, 의료용 로봇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13%다.
허가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2025년 디지털의료기기 허가 규모는 1300건으로, AI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제품은 누적 500건이다. 2026년에는 관련 제품이 700~8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반 디지털의료기기 임상시험 승인도 늘고 있다. 폐 영상을 분석해 진단을 보조하고 결과값까지 생성하는 생성형 AI 의료기기 2건도 허가된 상태다.
손 과장은 “의료로봇은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며 “혈관 등에 삽입하는 소형 로봇과 웨어러블 재활로봇, 자율주행 전동휠체어, 간병로봇, 의약품·물품 운송로봇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허가된 AI 기술은 자율도를 높인 피지컬 AI 형태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며 “현재는 MRI나 CT 입력값을 소프트웨어가 분석해 진단 결과를 출력하는 형태가 가장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향후에는 AI가 환자별 치료계획을 세우고 수술 대상 장기를 시각화하거나 2D 영상을 3D로 전환하는 등 수술로봇에 필요한 데이터를 사전에 생성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디지털의료제품법, 국제 규제 반영…AI 편향·위험 관리 평가
식약처는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규제당국 등과 디지털의료기기 규제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손 과장은 “우리나라도 IMDRF 회원국이고 국제 논의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유럽, 미국 당국과 만나기 어려웠다면 지금은 이들이 식약처에 미팅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산업과 제조·기술 역량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이라며 “규제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전주기 규제 가이던스를 만들고 각국이 이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의료제품에 대해서는 2026년 시행된 AI 기본법과 중복규제도 적용하지 않는다.
그는 “유럽은 AI가 적용된 의료기기가 각종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며 “한국은 디지털의료제품법이 AI 기본법보다 먼저 시행됐기에 과기부와 협의해 품목법을 따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디지털의료기기 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디지털의료제품법을 따르면 AI 기본법이 요구하는 사항까지 중복규제 없이 수용되는 구조”라고 밝혔다.
AI가 적용된 디지털의료기기는 품질관리기준(GMP) 심사 과정에서 AI 거버넌스 기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손 과장은 “AI는 특성상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학습데이터 관리와 편향, 견고성, 모델 드리프트에 대한 위험관리, 제품의 설명 가능성 등을 평가해 적합인정서를 발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가 이후 알고리즘 변경에 대응하기 위한 PCCP(사전결정변경관리계획), AI 거버넌스와 사이버보안 규제를 처음 적용하는 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규제지원센터도 운영 중이다.
그는 “하나의 허가 방식만 두는 게 아니라 다양한 허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허가 이후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AI 제품을 관리하기 위해 변경관리제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생성형·지속학습 AI 등 변화 빨라…시판 후 레드팀 검증 준비
식약처는 피지컬 AI가 발전할수록 허가 전 심사만으로 안전성, 성능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속학습형 AI, 에이전트 AI가 등장하면서 입력값, 출력값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품 허가 이후 새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성능이 개선되거나 반대로 저하될 수 있다. 희귀질환처럼 학습데이터가 부족한 분야라면 실사용데이터 확보, 활용 또한 과제다.
당장 식약처는 빠른 제품 개발, 변경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우수관리체계 인증제’를 운영 중이다.
손 과장은 “제품별 품목인증이나 품목허가만으로는 빠른 개발·인허가 속도를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고민을 전 세계 규제당국이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수관리체계 인증제는 AI 거버넌스, 전자적 침해 안전관리, 품질관리 역량이 우수한 기업을 인증하는 제도”라며 “고도화 AI 제품에 규제 샌드박스 역할을 하는 인증제”라고 설명했다.
시판 이후에는 레드팀 검증 등 새로운 사후검증 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그는 “이런 제품은 시판 후 레드팀 검증을 포함해 기존 방식과 다른 다양한 사후검증이 필요하다”며 “식약처도 관련 검증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과장은 AI 자율도가 높아질수록 신뢰성, 사고 책임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품목과 업자 중심으로 안전관리를 해왔지만 피지컬 AI가 의료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아직은 인간 중심 통제 형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며 “인간이 개입해 제어할 수 있는 전반적인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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