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신장학회가 지역 필수의료 취약지를 평가할 때 의료기관이나 시설·장비 숫자가 아닌 분야별 실제 진료역량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신장학회는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지역필수의료법)’ 시행규칙 제정령안에 대해 필수의료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평가체계와 지역 내 실제 진료역량 및 진료 연속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식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학회는 “법률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필수의료 전체를 하나의 종합지표로 평가할 경우 특정 분야의 심각한 의료공백이 다른 분야의 공급 수준에 가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이나 시설·장비가 지역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제공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며, 전문인력 확보 여부와 실제 진료 가능 시간, 의료의 질과 적정성, 응급·재난 상황에서의 진료 연속성 등 실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는 2015년 17만명에서 2023년 32만6000여명으로 늘었고 연간 투석치료 비용은 2조6000억원에 달하지만 지역별로 환자가 실제 투석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역량을 확인할 평가기준은 아직 없다는 게 학회 설명이다.
학회는 시행규칙상 성과평가 지침에 필수의료 분야별·진료권별 기준을 포함하고, 재난·감염병 등 비상상황에서도 진료 연속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필수의료 취약지도 분야별 실제 진료역량을 기준으로 구분해 지정하고 세부 평가기준과 산정방법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학회는 투석을 지역 필수의료체계 구축이 특히 시급한 대표 분야로 제시했다.
지역의 투석의료 역량은 투석기관 수나 투석기 대수가 아니라 신장 전문인력과 숙련된 간호인력 배치, 실제 환자 수용능력, 진료 가능 시간, 의료의 질과 적정성, 격리투석 역량, 복막투석 관리 및 응급상황 시 후속 진료 가능 여부 등을 종합해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든 투석의료기관에 24시간 응급진료를 요구하기보다 권역별 거점의료기관이 24시간 응급·중환자 신대체요법과 전원 조정을 담당하고, 지역 투석의료기관은 안정기 환자의 유지투석을 맡는 기능분담체계도 제안했다.
재난·감염병이나 정전·단수, 의료기관 운영 중단에도 치료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투석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지역별 대체 투석기관을 사전에 지정하고 비상 전력·용수와 환자 이송·전원체계를 마련해 비상시 기관별 수용 가능 여부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최범순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은 “지역필수의료 정책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려면 의료기관이나 장비의 숫자를 넘어 환자가 필요할 때 실제로 치료받을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며 “특히 투석과 같이 치료 중단이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는 지역 내 치료 연속성과 응급 대응체계를 정책에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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