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도 예외없는 흉부외과·비뇨기과 '잔혹사'
내년 레지던트 지원자 '0'…'수련 마친 후 진로 우려 영향'
2015.12.03 20:00 댓글쓰기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 전국의 전공의들로부터 불어 닥친 칼바람 속에서도 오롯이 자존심을 지켜왔던 서울아산병원이 이번 2016년 레지던트 모집에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게 됐다.


지난 2일 데일리메디가 전국 주요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2016년도 레지던트 지원 현황을 집계한 결과,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흉부외과 5명, 비뇨기과 4명 정원 중 지원자가 전무했다.


산부인과, 외과만 정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예년과 달리 흉부외과, 비뇨기과에는 아무도 발길을 옮기지 않으면서 외과계열 중에서도 안도와 탄식이 공존하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외과 14명 정원에 14명 지원으로 1:1의 경쟁률을, 산부인과 7명 정원에 7명 지원으로 1: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이들 진료과가 오랜 시간 동안 전공의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오면서 전국적인 ‘기근’ 현상을 보여왔다.


실제 외과, 흉부외과 등은 2009년부터 파격적인 수가 인상이라는 정부 ‘처방’에도 불구하고 레지던트 수급에 있어 아직까지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산부인과만이 수가 인상, 정원 조정 등 정책적 개선과 산부인과 전문의 '희귀성'이 더해지며 바닥을 찍고 회생, 상승 기로에 접어들고 있어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에서는 여전히 평균치를 훨씬 밑도는 전공의 확보율에 비상등이 켜졌고 이에 따라 일선 현장에서도 과중한 업무 로딩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매년 서울아산병원의 전공의 수급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지는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양질의 수련 환경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 놨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감이 감지됐을까.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는 지난 10월 ‘신입전공의 모집 설명회’까지 마련해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흉부외과는 “세계 의학의 리더로서 글로벌 표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연간 심혈관 수술 1800례 이상, 흉부 수술 2000례 이상을 시행하고 있어 충분한 견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전공의의 해외 학회 참석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논문 발표 등과 같은 기회를 적극 지원, 최신 지식 습득 및 국제 사회에서의 교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에서는 총16명의 전공의, 10명의 전담간호사가 진료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흉부외과는 “철저히 휴가가 보장돼 있으며 차별화된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뛰어난 의료진과 체계적인 교육 과정, 차별화된 근무 환경이 있는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에서 꿈을 이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뚜껑은 열렸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흉부외과, 비뇨기과 모두 1년차 레지던트 모집에 실패하면서 향후 불어 닥칠 위기감을 예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5년 레지던트 모집에서 외과 14명 정원에 14명(1:1), 산부인과 7명 정원에 7명(1:1)이 지원하며 무난히 정원을 확보한 바 있다.


비록 100% 충원은 아니지만 흉부외과도 4명 정원에 3명 지원(0.75:1), 비뇨기과도 4명 정원에 2명 지원(0.5:1)로 이번처럼 전무한 것은 아니었다.


2014년 레지던트 모집에서도 외과 14명 정원에 14명(1:1), 산부인과 7명 정원에 8명(1:1.14), 흉부외과 4명 정원에 3명(0.75:1), 비뇨기과 4명 정원에 2명(0.5:1)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 일각에서는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 기피과의 위기는 서울아산병원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해석을 내 놓는다.


서울아산병원 외과계열 한 교수는 “흉부외과, 비뇨기과에 전공의들이 등을 돌리는 현상을 단지 수련 기간만으로 한정지어선 안 된다”며 “아무리 환경이 좋다 하더라도 수련을 마친 후 진로가 뚜렷한 지 여부가 전공 선택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서울 소재 A대학병원 교수는 “암 수술 등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이 케이스도 많아 물론, 수련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외 업무로 로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게다가 힘든 수련을 마치고도 진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전공의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조심스럽게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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