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 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 모집 역시 본격 시작되지만 여전히 의료계 내 반발이 만만치 않아 녹록치 않은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의 본격 시행을 활짝 열어주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추무진 회장 사퇴론까지 제기되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의협은 28일 “동네의원이 지속적 관찰과 상담을 병행해 만성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 접수와 관련된 사항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시범사업을 의료계 중심으로 운영,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시범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8월27일부터 신청서를 받고 있다”며 "31일까지 진행된다"고 밝혔다.
신청대상은 ‘의료법’에 따른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관리 할 수 있는 의원이다.
의협 또는 각 시도의사회로 등기 우편 접수를 진행하며 선정기관은 9월 초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및 시도의사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동 발표할 예정이다.
의협은 지난 24일 대면진료 원칙이 훼손되지 않고 원격의료는 배제한다는 원칙하에 전화상담이 포함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참여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거부감을 드러내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먼저, 경상남도의사회는 원격의료를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표현하면서 만성질환관리제 반대 의사를 재차 분명히 했다. 원격의료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골자다.
경남의사회는 “지속적 관찰과 상담을 위해 전화상담 등 비대면 관리를 공식화하면서 ‘대면진료 원칙이 훼손되지 않고 원격의료는 배제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경남의사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문자 메시지를 전 회원들에게 발송, 이번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여론화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의협 대의원회 수임 사업을 위반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이는 회장 ‘불신임’ 사유에 해당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대한평의사회 이동욱 대표는 “2015년 대의원총회 결의 사항을 보면 선택의원제(만성질환관리제) 저지 대책(정책보험국)이 포함돼 있지 않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대표는 “불합리한 만성질환 관리 제도 도입을 반대한다”며 “지역의사회 등과 공조해 합리적인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을 평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의 참여 결정을 철회하라는 촉구는 현재도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대면진료의 근본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환자 간 원격의료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며 “의협이 이 사업 참여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법에는 대면진료의 원칙을 확고히 규정하고 있다.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만이 진단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제처 역시 ‘전화로 환자를 진찰해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의사는 의료법 에 따른 원격의료가 아니면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를 직접 대면해 진료해야 한다”고 유권해석 했다는 주장이다.
이 사업에서는 대면진료 사이에 주기적으로 혈압․혈당정보를 관찰하고 필요 시 상담을 실시하는 ‘지속적 관차, 상담’을 ‘비대면 관리’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전의총은 “환자가 측정한 정보를 바탕으로 관찰ㆍ분석하고 필요 시 전화 상담을 실시하는 것이 진료가 아닌 '관리'란 말인가”라며 이 사업 시행의 오류를 짚었다.
의협이 대면진료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자체에 대해 거듭 분통을 터뜨렸다.
전의총은 “근본부터 잘못된 결정”이라며 “복지부가 단지 처방전 발행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료’를 ‘관리’로 둔갑시킨 것은 의료계가 이 시범사업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치졸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전의총은 “환자가 측정한 생체정보를 의사에게 전송하는 것은 원격모니터링에 해당한다”며 “전화냐 화상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이 사업 참여를 철회하지 않으면 추무진 회장의 사퇴를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