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놓고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격돌했다.
의료계는 민간 보험사-개인 간 계약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입장이지만, 보험업계는 소비자 편익증대는 물론 행정비용 감소를 들어 추진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미 국회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포함한 다수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고, 복지부·금융위원회(금융위) 등도 공감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슈터에크와 실손의료보헙 청구 간소화’ 정책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갑론을박’이 오갔다.
포문은 박배철 생명보험협회 소비자지원본부 본부장이 열었다. 박 본부장은 “실손보험 청구가 간소화 된다면 보험사 손해율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면서도 “청구 간소화에는 전(全)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비급여 관련 인프라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의료기관만 참여 시 청구 간소화로 인한 시스템 구축 비용과 기존 청구인력 비용 등이 중복으로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어 “청구 간소화는 보험사-의료기관 모두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며 “전체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참가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어야 하고, 보험금 지급 데이터를 비식별화해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도 “실손보험이 민간 영역에 있으나 공적기능을 대체하는 부분이 많다”며 “전 국민이 불편을 느끼는 제도에 대해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대형병원의 경우 실손보험창구(키오스크) 등을 민간기관과 협력해 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 ‘자율’에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청구 간소화 전자전송 단계에서 ‘건강보험심사평기원 망 활용’은 민간보험사 편익을 위해 공공재를 활용하는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 보험이사는 “편익의 최대 수혜자는 보험사로 행정비용이 감소하고, 청구 데이터 누적으로 보험료율에도 이득을 볼 것”이라며 “현재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실손보험 간소화 청구 키오스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면 민간기관의 자율 참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심평원 망은 언급할 것도 아니다. 건강보험재정으로 만든 공적자산을 민간보험사 편익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 동사무소에 있는 복사기를 쓰고 싶다고 맘대로 사용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서 관련 법안 다수 발의된 실정이고 복지부·금융위도 일부 ‘공감’
한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는 보험소비자가 보험료를 청구하기 위해 금전적·시간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진행됐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수행한 ‘2018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청구건이 다수 발생하는 원인은 소액(90.6%), 번거로움(5.4%), 발급비용(1.9%) 등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복지부와 금융위원회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금년 1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거나 이를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소비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자형태로 보험사에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보험업법 제102조의 6 및 7 신설).
복지부 관계자는 “실손보험 가입자 청구 간소화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의협 등 의료계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고, 금융위 관계자도 “전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비용 초래하는 청구방법과 관련해서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황을 감안해 추진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