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 피임약→전문약 전환 시급'
의료계 '부작용 우려' 한 목소리…'충분한 검토' 신중론도
2012.03.29 20:51 댓글쓰기

“경구피임약이 일반약으로 분류돼 있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경구피임약 등 의약품 재분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경구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을 거세게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인사들은 29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개최한 ‘피임약 분류에 대한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토론에 참석해 전문약 전환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먼저 대한의사협회 이재호 이사는 “경구 피임약은 복용자의 과거력 등에 따라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서는 일반약으로 분류돼 의사 처방 없이 구매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구 피임약의 효과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이를 전문약으로 재분류해 피임약 선택부터 복용까지 산부인과 전문의의 실질적 피임 상담과 함께 처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구 피임약의 전문약 전환 요구는 대한산부인과학회도 같은 입장이었다. 순천향대학교 이임순 교수는 임부 금기약품인 경구 피임약이 전문약 ‘폐경후 여성호르몬 보충요법 제제’ 대비 4~6배의 호르몬 함량을 함유하고 있는 점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사안 등을 들어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경구 피임약이 일반약으로 분류돼 온 것은 명백한 오류다”며 “이제라도 전문약으로 분류해 의사와 상담한 후 처방 받아 안전하게 복용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의사회도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의사회 백은정 공보이사는 “경구피임약은 장기간 투약을 요구하는 치료목적의 호르몬 제제다. 금기증·부작용만으로 일반약으로 관리됨을 문제시하는 것이 아니다”며 현 약물관리체계의 허술함을 꼬집었다.

 

"전문약 전환 합리적이지만 현실적 문제 고민해야" 

 

반면 경구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은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행복한 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은 “원칙적으로 피임약 복용 시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과 더 맞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지만 피임을 상담하기 위해 의사를 찾을 미혼 여성들이 실제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배 소장은 경구 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에 대해 합리적인 접근 방법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내보였다.

 

배 소장은 “경구피임약을 의사 처방으로만 구할 수 있다면 병원을 찾지 못한 미혼 여성들의 낙태는 음성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며 “약 복용을 통한 피임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응급피임약의 경우 병원 상담 등 한 번 걸러야하는 장치가 필요하지만 경구피임약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좀 더 합리적인 방법이 선택되지 않는 한 전문약으로의 전환은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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