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고효율 한국의료→저비용·고효율 시급'
대한중소병원협회 홍정용 회장
2015.11.06 23:55 댓글쓰기

“언제까지 고비용‧고효율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는가. 저비용‧고효율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소병원이 허리 역할을 제대로 해야한다”

 

동네의원과 대형병원 사이에서 묵묵히 2차 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대한중소병원협회(이하 중병협) 홍정용 회장[사진]의 하소연이자 향후 중소병원이 그리는 비전이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홍정용 회장은 "의원급과 대형병원으로 이분화된 현 의료전달체계에서 중소병원이 보건의료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호소와 의료기관 종별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Q. 메르스 이후 중소병원 상황은 어떠한가
사실 대형병원들의 경우 국민들의 선호도가 있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중소병원들은 타격이 오래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 보상 원칙은 직접피해만 해당된다고 하니 아직까지 메르스 여파를 겪으면서도 하소연 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현실에 맞지 않는 음압병실, 응급실 시설기준 등 감염예방시설을 강제함으로써 중소병원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지방의료원의 경우 감염병 예방 및 대책에 대한 공공의료가 주목받으며 지원 강화 목소리가 켜지고 있는데 묵묵히 제 역할을 다 한 중소병원에게는 무엇이 남았는가.

 

Q. 포괄간호제가 부상하며 중소병원들의 인력난 우려도 가중되는데
포괄간호를 반대하지 않지만 타이밍에 문제가 있다. 현재 중소병원들은 의사보다 구하기 힘든 인력이 간호사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병원장이 직접 진료에 나서는 지방 중소병원들은 현재 포괄간호를 고려할 여력이 없다. 당장 정부가 예산투입을 시작하니 경영 상황이 괜찮은 병원들은 포괄간호에 뛰어들면서 간호 질 향상을 홍보에 나선다. 결국 어려운 병원들만 더욱 힘들어지는 꼴이다. 한시적으로 포괄간호서비스 병동 환자군, 지역, 종별 제한으로 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 보완정책이 요구된다.

 

Q. 보건의료정책에 중소병원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증환자는 의원급, 중증환자는 대학병원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중소병원이 소외됐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정책마저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과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 위주로 흐르다보니 “차라리 중소병원을 다 없애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대다수가 법인 형태인 중소병원은 기업분류에서도 대기업에 속해 중소기업에 제공되는 세제나 금리 혜택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소병원이 규모와 상황에 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Q. 그렇다면 중소병원이 살아남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1‧2‧3차 의료기관이 같은 울타리 내에서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 규모, 자본 등이 각기 다른데 함께 경쟁을 하겠다는 것은 초등학생이 대학생과 싸워 백전백패하겠다는 꼴이다. 종별 역할정립과 더불어 실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형병원의 입원실이 없어서 환자가 응급실에 며칠씩 머무른다는 것이 말이 되나.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으로 중증도에 따라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이 의뢰-되의뢰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

 

Q. 의료전달체계가 기능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의료기관 간 협력관계를 강화만으로 의뢰-되의뢰가 활발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수가 체계에서 첨예하게 싸워야 하는 병원들은 환자를 다른 병원에 돌려보낼 요인이 없다. 상황에 따른 예외를 두더라도 의료기관이 종별에 맞는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수가가 만들어져야 한다. 일본의 경우 중소병원에서 가능한 맹장수술 등을 대학병원에서 할 경우 낮은 수가를 적용해 병원들이 되의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져가고 있다. 환자 역시 불필요하게 대형병원을 찾을 경우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등의 조정기전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이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는 일이다.

 

Q. 수가 이외에 중소병원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의료소비자인 국민들 대다수가 대형병원을 선호한다. 손가락이 조금 찢어져도 다리가 부러진 다른 환자보다도 자신의 아픔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정책만으로 환자를 컨트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중소병원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들도 이행돼야 한다. 또한 협회 차원에서도 중소병원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보건복지부 등의 관련단체와 협력병원들과의 스킨십도 늘려갈 예정이다.

 

Q. 중소병원의 지향점과 역할, 비전에 대한 생각은
우리나라 전체 의료비는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자원이 무한정하다면 높은 비용을 들여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고비용‧고효율 시스템으로 가면 의료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할 때가 온다. 중소병원은 1차와 2차 의료기관의 연계점으로 건강보험재정을 보호하고 의료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중소병원은 지역거점을 기반으로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의료접근성을 유지하는 독립된 포지션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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