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법 시행 수련환경 개선 초석 마련됐지만···
잇단 전공의 폭언·폭행 사건 발생, 허위당직표 작성도 ‘다반사’
2017.10.16 12:00 댓글쓰기

우리나라 장시간 노동 문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전공의 수련 환경의 열악함은 단연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현실적인 전공의의 수련 및 근무 환경 개선을 골자로 지난 2016년 12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일명 전공의법이 마침내 시행됐다. 수련규칙 조항은 올해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그간 전공의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수련환경 개선의 초석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하지만 본격적인 전공의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 폭행 사건, 허위 당직표 문제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최일선에서 마주하는 전공의들은 수련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법적 테두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는 미진한 부분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데일리메디는 전공의법 시행 후 일부 수련병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과 전공의 수련환경의 현 주소를 조명해봤다. [편집자주]


불투명한 임금체계 개선 시급···수련계약서 표준안 이행 중요

전공의들은 그간 주 100시간을 훌쩍 넘는 수련 시간을 감당하며 열악한 수련환경 속에 미래 의료인으로서의 꿈을 가져왔다. 이에 착안해 만들어진 전공의법 내 핵심인 수련규칙 조항이 올해 12월부터 적용된다.

전공의법 내 수련규칙 조항은 전공의들이 4주 기간을 평균, 1주일에 80시간을 초과해 수련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문제점을 초래한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시발점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긍정적 관측 속에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전공의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일부 수련병원에서 여전히 허위 당직표와 불투명한 임금체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전공의들의 지적이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 전공의는 “전공의법 시행과 함께 수련계약서 표준안도 마련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여전히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허위 당직표와 수련계약서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종 확정된 수련계약서 표준안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골자로 수련계약을 비롯, 임금규정, 연차 휴가 조항등을 구체화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수련병원과 전공의 간의 관계를 기존 갑과 을로 표기했던 데서 각각 ‘병원(기관)장’과 ‘전공의’라고 변경한 점이다.

서울 소재 B대학병원 전공의는 “한 수련병원에서 새벽 3시부터 5시를 자기계발 시간으로 규정한 편법 계약서를 제시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공의 수련계약서의 경우 본인과의 공유가 이뤄져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병원도 다수”라고 토로했다.

이에 전공의들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도 전공의법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에 있다.

대전협 안치현 회장은 “수련계약서의 경우 매년 전공의 본인에게 계약서가 배부됐는지 검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병원과의 임금 자료도 공유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안 회장은 “전공의들은 법을 통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이루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처벌이 전제되고 수련기관장의 개선 계획서 및 진료과별 개선 계획서를 요구하는 등의 유도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잇따른 전공의 폭행 사건···“맞아도 신고 못해”

불특정 다수의 전공의들에게 암암리에 가해지는 폭언 및 폭행도 심각한 문제다. 올해 들어서만 전공의에 대해 성희롱 발언을 일삼거나 신체적 폭행을 가한 교수들이 문제가 된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최근 전북대병원은 정형외과 전공의 폭행 사건으로 수련환경 평가위원회에 해당 사안이 회부, 처분 결정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공의들은 이러한 상황이 그간 오랫동안 암묵적으로 행해져 온 것이라며 갑자기 터진 것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지방 소재 C대학병원 전공의는 “전공의 폭언과 폭행은 오래 전부터 일부 전공의들이 토로해오던 사안”이라며 “폭언과 폭행을 경험해도 제대로 말할 수가 없는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른 서울 소재 D대학병원 전공의 역시 “명백한 가해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실제 병원에서 쉬쉬하거나 사안이 커지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한 이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에 대전협은 폭언·폭행 대응 프로토콜을 마련하는 등 젊은의사들 보호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대전협은 전국 수련병원 교육수련부에 관련 공문을 전달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으며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했을 때 적절한 대응방안을 소개했다.

이승우 前 대전협 복지이사는 “전공의법 시행 이후 접수된 민원이 2배 이상 증가했다”며 “특히 지난 1년 사이 15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그 중 20% 정도가 폭행 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전협이 제시한 프로토콜은 병원 내 폭력재발방지위원회나 교육수련부에 문제를 알리는 것부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신문고 등을 이용토록 안내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승우 前 복지이사는 “전공의들이 폭언과 폭행을 당해도 제대로 된 대응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적절한 대응 방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치현 회장도 “심지어 전공의에게 가해자에 어떤 처벌이 필요한지 묻는 경우도 있다”며 “가해자의 위력이나 참작에 의해 형량이 줄어들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안 회장은 “폭력이 하나의 문화처럼 되는 것이 있다”며 “최소한의 프로토콜을 마련해 전공의 폭력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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