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2019년도 전기 전공의 모집이 종료된 가운데 뇌졸중·치매 관리를 위한 인력 확충을 요구했던 신경과의 경우 기본 모집정원에도 만족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신경과 전공의 전체 정원은 탄력정원을 포함해 총 90명으로 예년에 비해 늘었으나 학계가 추산하는 수요인 150명에 비해서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빅5병원을 포함해 많은 병원에서 정원을 채웠지만 경희의료원과 인하대병원·충북대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에 미달이 발생했음을 감안하면 90명 정원을 채우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매년 한 명씩 모집하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받지 못해 부담이 클 것”이라며 “대부분의 병원이 매년 한두 명을 받기 때문에 정원을 채운 병원이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집률이 높더라도 전체 정원이 적기 때문에 인력 부족 현상이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학계에서도 신경과 전공의 부족을 여러 번 지적해 왔다.
대한신경과학회 정지향 특임이사는 “치매안심센터가 환자들에게 독자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채용 확대가 필요하다”며 “신경과 전공의는 82명에 불과한 상태”라고 비판한 바 있다.
치매안심센터의 전문성 확보에는 전문의 참여가 요구되는데 이를 위한 전공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뇌졸중 환자의 정맥 내 혈전제거술과 같은 초급성기 치료에 있어서도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골든타임 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권역심뇌혈관센터가 전국에 14곳 존재하지만 범위가 너무 넓은데다 숫자도 적다.
이에 뇌졸중학회 등 관련 학회가 중심이 돼 뇌졸중센터 구축을 제안하고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현재 병원이 확보한 인력으로는 당직도 못 서는데 응급환자까지 대응하려니 뇌졸중 분야에 뛰어드는 사람이 없을 수 밖에 없다”며 “전공의를 늘려서라도 인프라 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봐야 하는 환자는 느는데 매년 한 명, 두 명씩 들어오는 전공의가 어떤 근무환경에 놓일지는 뻔하다. 또 인력 부족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라며 “고령 질환이 주목받는 것과 비례해 대책 마련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신경과 전공의 확보율은 다른 과에 비해 월등하다. 2015년 95.6%, 2016년 100%, 2017년 97.7%, 2018년 97.6% 등으로 상위권이다.
그럼에도 학회 내에서는 의료시장 수요를 감안해 전공의 정원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경과의 전공의 정원은 2015년 93명에서 2016년 88명, 2017년 87명, 2018년 82명으로 조금씩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신경과학회 정진상 이사장은 전공이 수급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 의사 수입론을 제언하기도 했다.
정진상 이사장은 최근 열린 대한의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전공의 정원에 여유가 없으면 해외 의과대학 출신들을 수입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며 "한국에서 수련을 받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가 반대하겠지만 우리도 수입을 잘 한다면 법도 지키고 의료 질과 시스템도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시스템도 살고 외국의사들 입장에서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