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원칙은 금지이지만 의학적 안전성 등 예외 요건"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여의도성모병원이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청구 상고심에서 선택 진료비에 대한 부당이득 징수 부문에 대해서만 상고를 기각하고 나머지 임의비급여 부분에 대해선 부분 파기,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시켰다.
먼저 재판부는 임의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한 ‘사위 가티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거나 가입자 등에게 이를 부담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반면 최선의 진료·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무를 가진 의료계와 스스로의 질병에 대해 과도한 비용 부담 없이 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는 환자 입장 모두를 반영해 일부는 임의 비급여라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시각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세 가지 요건에 대해 예외적으로 임의비급여를 부당청구로 보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지난 2007년 판결 등 임의비급여의 예외를 인정치 않은 판례들을 모두 변경했다.
이에 ▲진료 행위가 의학적 안전성·유효성 등 필요성을 갖췄을 때 ▲환자에게 미리 진료 내용·비용을 충분히 설명해 동의를 받은 경우 등은 임의비급여라 하더라도 인정된다.
또 진료행위 당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거나, 절차가 마련돼 있더라도 비급여 진료행위의 내용 및 소요 기간, 절차의 진행 과정을 고려해 회피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도 부당청구로 보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다만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임의비급여 예외를 주장하기 위해선 의료기관에 입증 책임이 있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종례의 판결을 변경해 임의비급여라도 예외적으로 부당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음을 인정했다”며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해 사후 보고제도 도입 등 제도적 보완과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조사 등의 필요성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성모병원 "의학적 임의비급여 허용…진료 정당성 인정”
또한 병원 측은 지난 1,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병원이 행한 의학적 타당성을 일부 인정받음으로써 불완전한 국민건강보험 체계의 개선에 기여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여의도성모병원 문정일 원장[사진]은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시하는 의료진의 진전성과 도덕성을 인정해준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운을 뗀 뒤 “한 번도 인정된 적 없는 의학적 임의비급여에 대한 새로운 허용 기준이 판례로 제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원장은 “지난 5년 간 병원의 도덕성에 대한 오해와 질타도 풀리고 생명이 우선되는 진료환경의 기반이 마련됐다”며 “고법으로의 환송이 다소 아쉽지만 사안별로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면밀히 입증함으로써 옥석을 가릴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성모병원은 엄격히 제한됐던 임의비급여에 대한 숨통이 트였다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승소라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병원계와 상반된 해석 복지부
배경택 보험급여과장은 “복지부에서 임의비급여로 과징금 부과 처분하는 건에 대해 소송이 제기될 경우에도 해당 요양기관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의학적 임의비급여에 해당함을 입증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인 행정소송의 경우 처분 적법성은 행정청에서 입증해야 하지만, 임의비급여는 예외적으로 의학적 타당성 등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이므로 병원에 입증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도 약제에 대해서는 의학적 임의비급여를 급여화할 수 있는 절차가 이미 마련돼 있는 상태다. 항암제의 경우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일반약제는 진료심사평가위원회가 각각 의학적 타당성을 평가해 그 유무를 따진다.
특히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사전승인 보완과 사후승인 시설 등의 제도 개선을 진행함으로써 이미 임의비급여 일부 인정에 대한 기전이 마련된 바 있다고 본 것이다.
결국 복지부도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임의비급여에 대한 원칙적 금지를 재차 확인하는 형태였다고 해석함에 따라 병원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승소 판결을 받았다는 해석을 내놨다.
한편, 병원과 복지부 간 서로 다른 해석이 도출될 만큼 논란의 여지가 제기되는 가운데 실제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해 갑론을박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의사 커뮤니티에 글을 남긴 A씨는 “의학적으로 비급여 약물을 사용해야 했는데 안 했다가 환자가 소송하면 해야할 치료를 안 했으니 징역인가, 판결 전 비급여 약물을 사용했다가 법원에서 예외적으로 인정 안 해주면 불법인가”라며 판결의 애매모호함을 지적했다.
또 다른 의사들은 “백혈병 같은 중병을 어떻게 고시대로 치료하나,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거나 “환자를 위해 처벌을 무릎쓰고 좋은 약을 골라썼다가 결국 불법으로 환수 조치 당할 수도 있겠다”라며 임의비급여의 전면 인정을 요구하는 의견을 펼쳤다.
이 외에도 ‘말장난 하는 판결’, ‘최악의 판결’, ‘앞으론 임의비급여로 인정받기 위해 판사에게 허락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비판도 쏟아졌다.
법무법인 태평양 이경철 변호사는 “대법원은 지난 고법에서의 사실 관계 심리만으로는 예외 요건들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본 것”이라며 “기록만으로 대법원 자체적인 판결이 어려워 고법에서 좀 더 심도있게 재차 심리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