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히 제한됐던 임의비급여가 조건부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의료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특히 종전 제도와의 차이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물론 병원의 입증책임 전가가 부담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여의도성모병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일부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임의비급여를 허용해줄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앞서 대법원은 임의비급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 및 동의를 구하고 의학적 유효성 등의 요건을 갖출 경우 예외적인 인정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단, 예외적 조항에 해당한다는 입증책임은 병원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성모병원과 복지부는 서로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성모병원은 엄격히 제한됐던 임의비급여가 일부 인정, 병원의 진정성을 인정받았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반면 복지부는 이미 임의비급여를 포함시켜 급여화하는 기전이 마련돼 있어, 임의비급여의 원칙적 금지를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판결 애매해 다른 임의비급여소송 향방 예측 힘들어"
병원과 복지부의 해석이 분분한 만큼 현재 임의비급여 관련 소송을 대기 중인 여타 병원들도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임의비급여 관련 대법원 소송을 진행 중인 S대학병원 측은 “서면 답변 제출 등 소송이 진행 중인만큼 함부로 속단하거나 예측하기 어렵다”며 “입증책임이 병원으로 전가돼 향후 어떤 식으로 소송이 진행될 지 가늠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른 S대학병원 관계자도 “큰 맥락에서는 임의비급여와 같은 양상의 소송을 고법에서 진행 중에 있다”면서 “마무리되지 않은 사안이라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고 말했다.
여타 병원 및 법률 전문가 등 또한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P대학병원 측은 "임의비급여 예외적 인정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선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전면적인 제도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5년 넘게 끌어온 성모병원만의 사례일 뿐이다. 향후 라는 병원들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A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병원과 정부가 서로 다른 해석을 주장할 만큼 딱 부러진 판결은 아니었다”며 “애매한 부분이 존재하는 한 대기 중인 임의비급여 판결들도 승패 여부가 쉽게 예측되기 힘들다"고 밝혔다.
"임의비급여하지 말란 소리" 볼멘소리
일부 대학병원들은 이번 판결을 두고 대체적으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D대학병원 관계자는 “만일 지금 당장 실사를 시행할 경우 임의비급여에 안 걸리는 병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전제한 뒤 “요양급여 기준에만 맞추면 환자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판결이 병원에 대해 다소 면죄부를 준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병원은 불합리 속에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예외 조항 입증 책임을 병원에 갖게 된 점에 대해 부담을 토로했다. K대학병원 측은 “입증 책임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며 “예외 조항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각 케이스별로 어떻게 증명하느냐도 문제다. 결국 입증해내지 못하면 불법진료를 행한 병원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환자들은 진료가 잘 되면 넘어가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민원을 제기하곤 한다"며 "결국 병원이 행한 진료행위를 입증해내고 복지부는 사사건건 이를 간섭해 확인할 수 있도록 단서를 제공하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의 해석이 일리 있다는 의료계 주장들도 일부 제기됐다. 즉, 종전의 제도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추론이다.
H대학병원 측은 “의료 현실에서 의학 발전에 임의비급여가 못 따라온 부분이 있다"며 “의사들이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닌 환자 치료를 위해 필요한 진료행위를 해야 하는데 임의비급여로 발목 잡히면 안 될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필요에 의해 진행된 추가적 진료도 사사건건 복지부에 확인받아야 하냐"며 "소소한 케이스들도 모두 증명해내라는 것은 결국 임의비급여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