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10년 후면 '의사 인플레이션'이다." "의사 없는 시골, 더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가 의약분업 이후 의사 수를 증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잰걸음을 보이자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의사 수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공방이 올 들어 더욱 가열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정부의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복지부는 41개 의과대학의 정원 외 입학생을 늘리는 방법으로 배출되는 의사 수를 점차 늘릴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서 복무하는 공중보건의 숫자가 감소하는 데 따른 대책으로, 공중보건장학특례법상에 있는 장학의사제도를 활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일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 정형선 교수도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용역 연구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인 데다 지금도 의사들이 장시간 진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이런 사태가 더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3058명인 의대 정원을 360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최근 '공공의료인력 확충방안 토론회-공공의료 의사 부족,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도 복지부 고득영 보건의료자원정책과장은 "최근 10년간 의료수요 증가분 대비 의사 수 증가분이 낮으며 의사인력 적정 수준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이 필요하다"면서 의사 수 증원 필요성을 피력했다.
하지만 의사 수 증원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상의를 거쳐야 하는 데다 대한의사협회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복지부의 의지가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산 문제는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국회 통과라는 관문도 녹록치 않다.
우선, 의료계의 반발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건강보험재정 확대 없이 의사 수 증원은 '어불성설'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의협은 "의사수급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면서 "의사 수를 무조건 늘리는 것보다는 현재의 의료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매년 보고서를 인용해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고 발표하고 있는 것과 관련,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의협은 "그 간 의대 신·증설을 무분별하게 시행해 과잉으로 의료인력이 배출되고 있다"면서 "이 추세대로라면 10여년 후에는 의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OECD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일 없이 노는 의사가 최근 5년간 7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사인력 부족 현상은 일부 유명 대형병원의 문제일 뿐이며 대다수 1차 의료기관은 환자 부족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면서 "지방 중소병원은 없는 의사와 줄어드는 환자의 악순환으로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협은 "이 같은 현상은 의사인력의 추가 배출로 해결될 수 없고 의료전달체계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