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MRI, PET 등 영상장비 수가인하 처분에 반대하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대한병원협회가 복지부ㆍ심평원이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8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전국 57개 병원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상대가치점수인하고시처분취소’ 소송 2차 변론이 진행, 뜨거운 공방전을 벌였다.
양 측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변론 기회를 가진 가운데 병원계는 그동안의 원칙ㆍ절차적 문제제기를 넘어 미시적인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의문점을 제기, 복지부를 압박했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은 “복지부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 등을 바탕으로 수가를 조정한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자 재정적 목표치를 설정, 그것을 채우기 위해 수가 산정의 근본 취지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병원계, 복지부ㆍ심평원 자료 의문점 ‘구체화’이에 대한 근거로 △장비가격 변화 요인 미미 △검사건수 주장에 일관성 부족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이뤄지지 않음 등의 절차적 위법성을 내세웠다.
또 실체적 위법성으로 △재량권 일탈ㆍ남용 △MRIㆍPET 검사 건수 추계 부당성 △비효율적 장비배제 불공정성 △CT 신상대가치체계에 의한 이중 불이익 등을 거론했다.
특히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복지부의 수가 산정 근거 중 하나로 ‘1일 2건 이하의 검사건수를 제외’시킨 부분을 지목했다.
원고 측은 “보통 지방의 낙후지역, 저소득 지역 등에 위치한 의료기관의 경우 이러한 장비 사용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제외해버리면 이미 장비를 도입한 곳에는 치명적 손실이 갈 것이고 제도적으로 오랜 시간이 흐르면 모든 거점 병원이 붕괴, 의료혜택 자체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도 이처럼 아주 적게 사용된 건수는 제외시킨 반면 최상위 검사건수는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단 입장이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중증환자 비율이 높고 응급환자로 인해 야간ㆍ새벽에도 장비를 비정상적으로 가동, 검사 건수가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복지부 “산정 기준 정당ㆍ전수조사 병협이 거부”이에 재판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이스란 보험급여과장은 즉각 “비정상적인 사용이 아닌 비효율적 장비, 즉 장비를 경쟁적으로 들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치 않은 장비들에 대해서 수가 보장을 과연 해줘야 하는지 판단했다”며 반박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장비를 많이 가동할수록 당연히 수입은 늘어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개념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피고 측 법률대리인은 수가 조정 근거의 정당함을 △적법한 의견 수렴 절차 △학회 홈페이지 자료 활용을 비롯한 기본 자료의 투명성 △일산병원의 대표성 △연구방법 및 산정 기준의 적법성 등을 통해 강조했다.
특히 쟁점 중 하나로 거론됐던 일산병원의 대표성 여부에 대해 피고 측은 “일산병원 급여 대 비급여 비율 1:2를 적용한 것은 현재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 가능한 자료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전수조사가 됐다면 비율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병원협회가 이를 거부해 조사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요양기관 검사건수 추계 방식 ‘논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구용역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검사건수 산정 방식을 두고도 서로 다른 논리를 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자료를 제시, “요양기관의 전체 검사 건수만 산정이 돼있지 장비 당 검사 건수는 없다”면서 “장비별로 똑같은 건수가 나올 수 없다. 추측컨대 총 건수를 장비에 대입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해당 연구자는 “보통 각 기관들이 MRI, CT 등 장비에 대해 개수에 상관없이 총 건수를 가지고 급여 신청을 한다”며 기초 자료 배경을 주지시켰다.
복지부는 연구보고서에 산출근거와 과정이 모두 담겨져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비급여 건수의 경우 병협 측의 실제조사 협조가 안 됐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3시간에 가까운 설전을 지켜 본 재판부는 내달 판결선고를 전격 진행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재판부는 "양 측의 자료 제출 등 과정을 거쳐 검토, 내달 12일 판결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