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회장 김윤수)가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를 향해 초강력 카드를 꺼내 들면서 향후 그 파장에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의협은 11월까지 봉직의, 전공의, 교수, 펠로우 등 지역·직능별 의사 노조 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vs "전공의 선동해 혼란 야기"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의료사고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 바로 열악한 진료 환경 때문”이라며 “국민들에게 향상된 진료 서비스를 위해서도 의사 노조는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변인은 “의사 노조는 파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결성돼야 한다”면서 “합리적인 의료 환경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현재 전공의 수는 1만6000명에 이르고 상당 수가 노조 설립의 당위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병협이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의사 노조 설립을 두고 또 한번 양측 간 갈등이 빚어질 수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사실 지난 2006년 전공의노조 설립 당시에도 병협은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일부 수련병원은 노조 가입 또는 활동 시 전공의들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압력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병협은 5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피교육자인 전공의를 선동해 혼란을 야기시키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러한 행보를 계속할 경우 병원계도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파업에 대한 거부감을 시사했다.
복지부 의료자원과 관계자 역시 “만일 단체로 파업이라도 할 경우에는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돼 있는 문제인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며 의사 노조 결성의 우려점을 짚었다.
양측 갈등 악화일로
그러면서 병협은 ‘의협 회비 일괄징수 철회’로 존립 기반이나 다름없는 돈줄을 옥죄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그 동안 납부된 의협 회비 중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특별분회의 비중이 적잖았던 점을 감안하면 의협 입장에서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병협의 판단이다.
현재 의협 회비는 의사 직능에 따라 가회원(개원의) 23만원, 나회원(봉직의, 휴직의) 16만6000원, 다회원(인턴, 레지던트) 9만5000원, 라회원(공중보건의) 7만1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회비는 자율 납부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대학병원과 같은 일부 특별분회의 경우 월급에서 회비를 일괄징수, 지역의사회에 납부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별분회인 대학병원들이 일괄징수를 철회할 경우 의협회비 납부율은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병협 관계자는 “의협 회비 일괄징수는 그 동안 의료계 종주단체인 의사협회의 상징성을 인정하고 원활한 조직운영을 위한 병원들의 배려였다”며 “작금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 이상의 배려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의협 회비 일괄징수 철회 검토에 대해 의협은 우려감 속에서도 “동요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회비를 갖고 상대를 압박하는 것은 비열한 행동”이라며 “이런 부분에서도 병협이 돈을 좇는 경영자 단체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