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회장[사진]은 11일 대회원서신문을 통해 "포괄수가제는 그 자체로도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성이 큰 제도"라면서 "의사로 하여금 진료현장에서 최선의 치료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매우 위험한 제도"라고 거듭 강조했다.
우선, 포괄수가제 잠정 수용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노환규 회장은 "포괄수가제의 위험성에 대한 의료계 전반의 인식도가 여전히 낮았고 이에 따라 4개과 뿐 아니라 전체 의료계가 참여하는 동력으로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내부적 판단에 따라 신중히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포괄수가제는 질병코드만 삽입하면 끝이었던 예전 제도와 달리 행위별수가제처럼 모든 검사/치료의 내역을 상세히 일일이 입력해야 하도록 돼 있다.
노 회장은 "이는 '의료의 질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향후에 수가를 하향조정하기 위한 정부의 비열한 술책"이라면서 "앞으로 '경제적 진료'를 강요하는 정부의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약분업이 돈과 불편의 문제였다면 포괄수가제는 환자 생명과 의사 생존·신념 사안"
그는 "12년 전 의약분업이 건강보험재정 즉 '돈'과 '불편'의 문제였다면 포괄수가제는 환자의 생명과 의사의 생존 그리고 신념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협은 포괄수가제 외에도 '원가 이하의 진료비'를 개선하겠다는 숙제, 불합리한 건정심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등 부당한 의료제도를 혁파해야 하는 사명을 모두 안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노환규 회장은 "현 의협 집행부는 포괄수가제 뿐 아니라, 지난 수십년간 진료현장을 왜곡으로 치닫도록 만들어놓은 모든 불합리한 의료제도를 개선하겠다"면서 "모든 의사들이 일어서달라"고 당부했다.
노 회장은 "잘못 만들어진 의료제도 때문에 의사가 학문적으로 검증된 전문 의학지식, 의사의 양심에 따라 진료하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이 때문에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진료현장이 그대로 방치되는 현실, 그것을 바꾸는 것은 의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의사가 목소리를 높이고 세상에 알려야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으며 국민이 움직여야 비로소 정치인들이 제도를 바꾸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노환규 회장은 "올해 안에 모든 의료계가 총궐기해 전문가단체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짧은 시간 안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