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들 요즘 병원밥 먹을만 하십니까'
의료기관 식대 6년째 제자리, 수지타산 걱정으로 질 저하 우려
2012.09.23 20:00 댓글쓰기

입원환자에게 제공되는 병원 밥값이 6년째 동결되면서 식사 질 저하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수지타산을 걱정하는 병원들 입장에서는 원가를 줄일 수 밖에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병원의 입원환자식대는 2006년 6월 정부가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일반식 3390원과 치료식 4030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이 가격은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동일하다. 이 기간 동안 일반음식점의 식사값은 물론 각종 원재료 값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환자식대는 예외였다.

 

더욱이 환자식대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고 있음에도 매년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공급자 간 체결되는 환산지수 수가계약에 제외돼 인상 기전이 전무한 실정이다.

 

실제 2006년 대비 2012년 인건비 인상률 누적지수는 115.6, 물가인상 누적지수는 121.0로, 평균 18.3% 증가요인이 발생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병원들은 의료급식 서비스의 질 저하와 경영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식당을 직영하는 중소병원의 경우 입원환자가 줄어도 인건비, 식자재비 등 고정비를 줄일 수 없는 구조로, 휴일근무수당까지 감안하면 인건비 부담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전언이다.

 

식대 동결화에 따른 경영 부담은 대학병원도 마찬가지다. 최근 지방의 한 대학병원은 식당 직원 50명을 대거 해고해 논란이 됐다.

 

이는 병원들의 경영 압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로, 당시 노조는 복직을 촉구했지만 병원은 식대 단가를 맞추기 위해 위탁 운영방식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고 맞섰다.

 

결국 병원들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당운영을 직영에서 외주로 바꾸거나 이도 여의치 않을 경우 제공하는 음식물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병원식단 내 환자 당 음식물 제공의 최소기준 권장량이 명시돼 있지만 과일, 우유 등 환자에게 필수적인 음식물 제공이 축소됐거나 생략되는 급식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식대 동결 장기화에 따른 재정부담을 못이겨 적정온도 급식을 위해 운영하던 보냉·온 배선차를 처분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그 만큼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식사의 질이 점차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정부가 환자식대를 위해 돈을 안쓰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매년 환자식대에 1조원이 넘는 재정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1조2084억원이 환자식대로 지출됐다.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요인을 이유로 6년씩이나 식대를 동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병원들은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는 이는 식사 질 저하로 이어져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대수가에 물가상승률 반영 기전을 마련하고 다른 건보항목과 마찬가지로 환산지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입원환자 식대에 대한 수가협상을 별도로 진행하고, 중증환자 치료식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행 50%에서 8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한편 일반식에 대해서는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법도 제시됐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현행 병원환자식 수가 구조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최소 물가상승률이라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금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환자식의 질 저하는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며 “선심성 행정이 오히려 환자건강을 해치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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