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2013년 요양급여비용 계약에서 성분명 처방과 총액계약제에 대해 끝까지 ‘절대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한 대한의사협회 수가 협상단의 결정은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특히 예년과는 달리 총액계약제에 이어 성분명 처방이 막바지 협상 테이블에서 급부상한 만큼 단 1~2%의 인상률에 매달리는 것은 무의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저녁 건강보험공단과의 수가 협상에서 4차 협상을 끝으로 최종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이날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은 “정책은 정책대로, 건강보험수가는 건강보험수가대로 정부와 공급자단체 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런데 정부는 올해 또 부대조건을 들고 나와 수가 결정에 있어 의료계를 압박했다. 정말 비겁하다”고 성토했다.
임 회장은 “무엇보다 성분명 처방은 의약분업의 뿌리를 흔들겠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진료권과 자존심이 달려 있는 문제”라고 잘라 말하며 “아무리 정부가 수가를 올려준다 한들 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만큼 의료계의 정서가 성분명 처방과 총액계약제에 대해서는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는 증거다
외국에서 의사에게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지 않는 것은 의사의 처방이 단순히 약의 효능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유전적 요소, 체질, 상태 등을 고려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처방됨으로써 약화사고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전언이다.
경상남도의사회 박양동 회장도 “수년 전부터 정부는 성분명 처방과 총액계약제를 수가 협상 테이블에서 단골 메뉴로 언급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등 도입을 위해 여러 차례 시도를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목을 메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박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만 혈안이 된다면 국민의 건강권은 누가 책임지나”라고 반문하면서 “진료현장에서 처방을 둘러싼 의사와 환자 간의 갈등은 전혀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건강보험수가를 결정할 거라면 차라리 계약을 하지 말자”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잘못된 약가 정책으로 급증한 약제비의 책임을 의사와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성분명 처방을 어떻게 운운할 수가 있나”라고 맹비난했다.
이번 수가 협상 결렬과 관련, 건강보험재정 흑자 기록에도 불구하고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공단의 수가 인상률 제안에도 강력한 불만이 터지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일중 회장은 “1차 의료기관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본진찰료와 처치료등행위료 인상이 시급하다”면서 “수십년 간 의사들의 희생이 있었음에도 물가상승률, 임금인상률에 비해 수가 인상률은 터무니없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병원 양극화로 의료전달체계가 사실상 붕괴 상태라는 점에서 위기감은 더욱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김일중 회장은 내년 수가 정상화를 거듭 촉구하면서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반드시 인지해 수가 인상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