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임금체불 사태가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잇따르던 진정취소가 주춤하면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 임금체불 사태는 지난 8월 처음 불거진 직후 병원들의 중재 노력에 힘입어 당사자인 전공의들의 진정취소가 이어졌고,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였다.
지난 달 중순까지 총 62명 중 절반이 넘는 33명이 진정을 취하했고, 병원과 원만한 타협점을 찾은 전공의들의 취하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그로부터 한 달동안 전공의들의 진정취하 건수는 주춤했다. 11월 25일 현재 11개 병원 24명의 전공의들이 여전히 병원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병원별로는 관동대학교 명지병원이 5건으로 가장 많고, 일산백병원 4건, 순천향서울·부천병원 각각 3건, 서울아산병원 2건, 삼육대서울병원 2건 순이다.
또 전남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부산백병원, 한전한일병원 등도 각각 1건씩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진행중인 상태다.
그 동안 병원 측의 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정취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들 전공의 임금체불 사건은 장기화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사태의 주요 쟁점은 △전공의 신분에 대한 정의 △수련시간과 근로시간 규정 △전공의 수련근무 계약서 작성여부 △연장근로시간 산정방법 △당직근로수당 적정지급 여부 등이다.
앞서 진정취하로 사건을 종결한 병원들의 경우 이 부분에서 전공의들과 원만한 타협점을 찾았지만 사건이 진행중인 병원들은 협의가 원만치 않다는 전언이다.
특히 미해결 병원의 일부 전공의들이 진정취하를 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남아있는 전공의들은 병원이 제시한 합의안을 거부하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A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도무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조만간 노동부의 2차 조사가 예정돼 있는데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B병원 수련교육부장은 “현재 상황으로는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근로자와 피교육자의 이중적 신분에서 지나치게 근로자로 편중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 8월 전국 19개 수련병원에 재직했던 전공의 60여 명을 대신해 법정제수당과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에 대한 지급을 요구하는 진정을 고용노동부에 신청했다.
임금체불 진정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병원들은 급히 대책회의를 갖고, 고용노동부를 방문해 협조를 구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전공의들은 진정을 취하했지만 절반 가까이는 병원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취하를 하지 않아 현재 노동부 조사가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