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과 암치료, 정확한 이해부터 시작돼야'
이완 센터장(동남권원자력의학원 로봇수술센터)
2013.03.17 20:00 댓글쓰기

20여년 간 의료계에 몸 담으며, 최근처럼 많은 논란이 혼재된 경우도 드물었던 것 같다. 현재까지 지속되는 많은 논란 중에는 로봇 수술에 대한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모든 수술이 완치를 보장하지 않듯이, 수술 후 예측 불가능하게 일어나는 환자의 상태 변화는 비단 로봇수술 뿐 아니라 어떠한 수술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오히려 정확하지 않은 근거를 바탕으로 특정 수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면 올바른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수술을 앞둔 환자라면 무엇보다 본인의 질환 및 몸 상태에 대해 의사와 충분히 상의를 하고, 그에 따른 최적의 수술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로봇수술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는 비뇨기과로, 좁은 골반강 내 위치한 전립선에 생긴 암을 수술할 때 자주 쓰인다.

 

호두알이나 밤톨만한 크기의 전립선은 방광 아래와 항문 앞쪽에 위치하고 있어 수술 시 접근이 어렵고, 배뇨기능 및 성기능 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어떤 수술보다도 더 섬세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수술이 어려운 만큼 이전에는 전립선암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연관 조직의 부분적 손상에 따른 어느 정도의 후유증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수술 중 출혈, 수술 후 요실금, 성기능 장애의 발생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로봇수술을 통해 집도의가 진행하는 ‘최소절개술’은 개복수술에 비해 출혈이 훨씬 적다. 또한 3차원 영상과 로봇 팔의 섬세한 움직임을 통해 집도의가 전립선 표면의 신경과 혈관을 잘 구분하고, 요도의 길이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로봇수술은 받은 환자들의 수술 후 예후도 좋은 편이다. 로봇수술을 통해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개복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을 받은 사람에 비해 입원기간이 짧고, 합병증이 적으며, 배뇨 및 성기능이 회복되는 비율도 높다.

 

스웨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전립선에 개복수술을 한 환자가 49일 후 업무에 돌아간 것에 비해, 로봇수술을 받은 남자는 평균적으로 11일 후에 업무복귀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로봇수술이 가장 먼저 시작된 미국에서는 현재 전립선암 수술의 약 80%가 로봇수술로 이루어진다고 추정된다. 로봇수술 중 가장 많은 데이터가 수집된 전립선적출술에 관한  많은 임상연구들은 다빈치 수술 시스템을 이용한 로봇수술이 개복수술보다 안전하다고 결론졌다.

 

또한 미국에서 전립선적출술을 받은 8만 명에 달하는 남성에 대한 상호심사 연구에서는 로봇수술을 포함한 최소침습 수술이 개복수술에 비해 사망을 포함한 거의 모든 형태의 수술 전후 합병증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인다고 보고됐다.

 

로봇수술의 이점은 환자 뿐만 아니라 외과의에게도 적용된다. 전통적인 개복수술 또는 복강경 수술은 암이 전이된 위치에 따라 의사가 무리하게 손목이나 몸을 비틀어 수술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수술 중 순간적인 고통은 차치하고서라도 외과의의 생명인 손과 팔 , 허리에 영구적인 무리가 가는 경우가 있다.

 

반면 로봇 팔의 관절은 540도에 걸쳐 자유자재로 회전되므로 이전에는 몇 번씩 걸쳐서 하던 작업을 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마무리 할 수 있다.

 

또한 외과의사의 손 떨림이나 침침한 눈에도 영향을 받지 않아, 숙련된 베테랑 외과의의 수명이 길어진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물론 최신 기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거나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수술을 앞둔 환자는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의 후에 가장 적합한 수술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로봇수술만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복강경이나 개복수술로 충분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을 포함해 로봇수술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로봇수술을 진행하는 의사는 개인의 명성이나 병원 수익이 아닌, 환자의 최적의 치료와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수술 방법을 결정한다.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만큼 병원 또한 자체적인 교육 및 검열 기준을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기술의 발전이 전립선암을 포함, 암 환자들에게 완치의 꿈과 더불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선물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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