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의 압축 성장을 이끌던 대학병원이 ‘흔들리고’ 있다. 최저 가격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정부의 채찍과 의료진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환자 및 시민단체, 언론의 비판에 상급종합병원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대학병원 중심의 상급종합병원협의회가 출범한 지 1년 3개월 여가 흘렀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박상근 초대 회장은 지난 18일 “영상장비 수가 대폭 인하, 선택진료비 감소,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등으로 대학병원 경영난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고 의료수준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 발전의 최선봉에 왔지만 현 위치를 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특히 빅5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병원들의 걱정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환자 감소 등 따른 경영지표 빨간불…주차장·장례식장 수입 포함해도 순손실 커져
박상근 회장은 “전국의 대학병원의 경영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보장성 강화 뿐 아니라 병원 경영의 어려움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향후 정책 논의에 있어 협의회가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쳣다.
박 회장은 “경기 불황으로 환자가 예전보다 확실히 줄었다. 개인병원뿐만 아니라 대학병원들조차 적자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의료 외 수익인 주차장과 장례식장 수입 등을 다 합해도 순손실을 내는 병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상당 수 병원들은 영상장비에서 수익을 보전하면서 입원료, 식대 등 다른 저평가된 진료 부분을 메워왔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 고위관계자는 특히 영상장비 수가 인하와 관련,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에서 쏟고 있는 인건비, 간접비, 품질유지비 등을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도 상관없다는 것이냐”며 여전히 분통을 터뜨렸다.
경북 소재 B대학병원 관계자는 "진료수익 만으로 병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부대사업 범위도 한정돼 있어 비급여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여기에 전문병원의 성장세도 상급종합병원에 적지 않은 타격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일선 병원계 분석이다.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전문병원 인지도 및 만족도 조사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상급종합병원과 비교해 전문병원을 계속 이용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80.6%가 긍정적으로 답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4.4%에 그쳤다.
수도권과 지방 대학병원간 양극화 심화 우려감 팽배
같은 상급종합병원이라도 수도권과 지방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대전 C대학병원 관계자는 “지방환자의 도시 집중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빅5 병원은 멈추지 않고 병상을 늘린다”면서 “하루빨리 수도권 대형병원의 병상수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그나마 우리병원은 지역 거점이라 위기감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다른 병원은 아마 더 큰 타격을 입고 있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이 더 울상을 짓고 있는 이유는 의료인 양극화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D대학병원 관계자는 "의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 및 수도권 병원들이 병상을 확대하면서 간호사뿐만 아니라 전공의, 펠로우 등까지 전방위로 흡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