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수용하지만 우려감 커지는 '3대 비급여'
병원계 '부작용 명확한데 보존책 모호' 불만 팽배…'개편안 혜택 빅5 쏠림'
2014.02.16 20:00 댓글쓰기

[분석]병원계가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3대 비급여 개편안'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병원 규모에 따라 정부 정책을 받아들이는 체감도가 다르지만, 부작용에 대한 확실한 사후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복지부의 정책 방향은 3대 비급여를 급여권으로 편입하는 동시에 진료비 경감에 방점을 찍었다. 선택진료의사 30%까지 축소하고, 일반병실 기준을 6인실에서 4인실로 확대키로 했다. 간병비는 포괄간호서비스(보호자 없는 병원)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하지만 병원계에선 국민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 거론되는 대표적인 부작용은 수도권 대형병원과 특정 유명 의사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다. 의료전달체계가 더욱 왜곡될 수 있다는 것.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부담이 줄어든 만큼 지역 환자들이 서울 대형병원을 찾을 동기는 더욱 많아졌다. 선택진료의 경우 선택진료의사를 30%로 제한하면 유명 의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병원마다 스타급 의사를 선택진료의사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형병원 의료진 간 갈등이 새롭게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선택진료의사 선정을 놓고 불필요한 반목을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병원 경영진들은 상급병실료 개선에 따른 병상 재조정은 불가피한 반면, 정부가 약속한 손실분 보전은 모호하다고 입을 모았다.

 

복지부는 올해에만 5100억원을 투입해 선택진료 축소분을 수가로 보존해준다는 입장이다. 고도의 전문적 수술· 처치·기능검사 등을 예로 들었지만 구체적이지 않으며, 재원 투입을 결정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적절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느냐는 시각이다.

 

오는 2015년 이후 도입하는 기관별 수가, 진료협력병원 간 협력진료 수가 신설 등을 논의할 때 병원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온다.


교수들 "병원 손실 불가피-적자 보전책 확실성 낮아"     


3대 비급여의 이해당사자인 교수들은 정부 정책에 낮은 점수를 줬다. 환자 부담을 줄이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예상 가능한 부작용이 많다는 의견이다.

 

대형병원을 찾을수록 3대 비급여 혜택을 더 많이 받는 왜곡된 현상이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또 환자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가천대 길병원 A 교수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부담을 가볍게 해주는 혜택은 주로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국내 빅5 병원은 전체 환자의 76.2%가 선택진료를 한다. 결국 이들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 교수는 "전국 암 환자의 20~30%가 소수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며 "신규 전문의와 간호사 등의 의료인력이 대형병원을 더욱 선호해 쏠림 현상은 더욱 극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B 교수는 "지방병원과 중소병원은 환자가 갈수록 줄고 의료진이 부족해 지역 의료시스템이 무너지기 직전이라는 점을 간과한 정책"이라고 짚었다. 협진시스템 등 정부의 보완책만으로는 환자 쏠림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B교수는 "수가 신설은 둘째 치고 진료비 원가의 70% 수준에 머무는 현재 수가를 이번 기회에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비급여 증가는 낮은 수가에 기인하므로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또 다른 편법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상급병실료 개선은 빅5 병원의 최대 관심사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들 병원은 6인실 비중이 다른 대형병원보다 적은 편이다. 

 

오는 2015년부터 일반병상(4인실) 의무비율을 지금의 50%에서 70%까지 상향 조정된다. 이에 대해 상급종합병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분위기다. 손실 보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서울병원 A 교수는 "개선안을 보면 병상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일반병실을 70%까지 늘리면 손실은 당연하다. 보전이 가능할지 모르겠고, 후속조치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병원의 입원기관 관리 부실과 공실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려대 안암병원 C 교수는 "우리나라 일반병실이 절대적 수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된 입원문화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일반병실 부담을 줄인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병실만 자꾸 만들면 입원기간 관리가 더욱 방만해져 악순환이 예고된다"며 "불경기 여파로 공실 가능성이 높고, 이를 만회하려는 과잉진료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후속조치 세부안 마련"


복지부도 3대 비급여 개편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지난 12일 개편안을 발표할 당시에도 부작용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복지부는 환자 쏠림에 대해 크게 3가지 방향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상급병원 진료 의뢰 시 회송의무기간을 설정하고, 종별 진료협력 활성화를 지원키로 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지역별 병상총량관리제 모델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4인실 입원료의 본인부담률은 지방중소병원은 현행 20%를 유지화되, 상급종합병원은 30%로 올려 장기입원을 제한할 방침이다. 간병 정책은 지방에 있는 의료기관부터 우선 적용해 추진키로 했다.

 

고득영 복지부 의료자원과장은 "전문가와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지역별 병상총량관리제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며 "특히 지역 의료기관과 대형병원의 진료협력이 활성화되는 것은 앞으로의 정책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병원계의 손실분을 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점은 계속되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앞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사안에는 말을 아꼈다.

 

손영래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손실분 보전에 대한 세부안을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라면서 "향후 세부안을 마련해 건정심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음상준·정숙경·김선영 기자 (esj1147@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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