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양성 촉진법으로 제시된 의과대학 교육과정 개편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의대의 통합 6년제 개편을 추진 중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의대생들이 기초의학 및 연구를 접할 기회를 확대해 의사과학자 배출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표해왔다.
하지만 진료와 연구 능력을 동시에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 공학 기반 의대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 통합 6년제가 현행 2+4년제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1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의대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은 "학생을 구분하지 말고 진료 역량에 더해 연구 역량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덕선 "의사과학자는 과학적 방법론 기반하에 능동적 해결 역량 갖춘 의사"
그러면서 그는 의사과학자 정의를 상기시켰다. 주어진 상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매뉴얼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기저에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과학적 방법론 기반하에 능동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을 갖춘 의사라는 것이다.
안 원장은 "고교 성적 상위 0.1%~1% 의대생들을 입학 단계부터 의사와 의사과학자로 구분해 대부분을 전통 진료의사로 양성하고 소수만 의사과학자로 양성하는 게 적합하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학생 전체를 진료역량에 더해 연구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게 안 원장 입장이다.
그에 따르면 실제 국내 한 의대에서 정규 교육과정에 의학연구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전체 5% 비중으로 추가한 후 학생들이 해외 저널에 제 1저자로 등재되는 건수가 연간 40편을 상회했다. 해당 대학에서 일부 원하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비정규 연구과정을 운영했을 때 논문 건수가 매년 1~2편에 그쳤던 것과 비교되는 성과라는 것이다.
안 원장은 "의대 전체 학생들의 소양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면 우리가 원하는 의사과학자 양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자신했다.
김철홍 "바이오헬스 주도할 공학·과학 기반 의사과학자도 중요하다"
김철홍 포항공과대학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는 바이오헬스 산업 핵심 인재를 키우기 위해 기초의학 기반 의사과학자와 공학·과학기반 의사과학자 양성을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재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추진 중인 포항공대에 몸담고 있는 그는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교대학원에서 의학공학 박사를 수료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기존 의대교육 과정 개편을 통한 방법 뿐 아니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양성 시도가 필요하다"며 "이공계적 시각으로 임상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사업화 성공을 이끄는 의사과학자를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미국 칼 일리노이 공대에서는 세계 최초 공학 기반 의대를 설립해 공학 원리를 적용한 의학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도 기존 의대 운영에 더해, 미국 듀크 대학과 연계해 연구 프로젝트 중심의 의대를 신설했다.
김 교수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최첨단 의료기기 및 신약, 재생의학, 의료용 신소재 개발 역량을 갖춘 의사과학자를 키울 수 있다"고 피력했다.
강민구 회장 "복수학위 취득 제도 확립하고 유급제도 개편 필요"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측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졸업 전(前) 의학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6년제 전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의대생이 기초의학 및 연구 기회를 포함해 타 학문 분야를 접할 기회를 원천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민구 대전협 회장은 "그나마 의예과 기간을 통해 임상의사 외 의사과학자 등 다른 진로에 대해 꿈꿀 여지가 있었는데 기존 교육과정의 과도한 학업 부담 등으로 이런 진로를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현행 금지된 복수학위 취득 제도 확립 ▲유급제도 개편 ▲수업시수 조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의사들은 자발적으로 수학, 전기공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학문 공부를 이어가는 분위기이며 일부는 산업계에서도 눈에 띄게 활약 중이다.
강 회장은 복수학위 취득과 관련, 과기특성화대 등에 의대를 신설하는 아이디어와 비교하면서 "기존 종합대학 인프라를 활용하고 의대생의 자발적 선택에 기초하기 때문에 그 취지를 살리면서 비용효과적이다"고 역설했다.